하지만 아내 B 씨와 자녀들이 갈등을 빚자 자녀들을 모두 가정에서 떠나보내고 제대로 양육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자녀들에 대한 가장의 무관심이 '가정의 해체'로 이어지고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젊은이처럼 다정했던 부부
이들 부부는 이웃들 사이에서는 다정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A씨의 집 근처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전모(50) 씨는 "A씨 부부는 요즘 젊은이들처럼 항상 손을 붙잡고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말했다.
또 A씨가 운영했던 개척교회 주변 상인인 윤모(47) 씨도 "부부 사이가 아주 좋았다. 혼자 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 여름엔 아이스커피를 들고 항상 붙어 다닐 정도 다정했던 기억이 떠올라 더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한 모습의 이면에는 자녀들의 불행이 도사리고 있었다.
아버지 A씨는 전처가 투병 끝에 숨지자 자신의 강의를 들으며 알게 된 아내 B씨와 2010년부터 함께 살았다.
하지만 계모는 아이들과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고 갈등을 빚었다.
◇ 계모와의 불화와 방치된 아이들
결국, 1남 2녀 중 첫째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출한 뒤 따로 살았다. 아버지도 더는 아들을 찾지 않았다.
이웃주민 전씨는 "첫째 아들은 중학교 때 축구부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는데도 부모가 제대로 신경을 안 썼다"고 말했다.
A씨도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속을 많이 썩여 결국 나가 살았고 자신도 찾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둘째 딸도 지인의 집에서 컸다.
방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막내딸 C양도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12년부터 계모의 여동생 D씨의 집에서 생활했다.
A씨의 대학 동문이자 독일에서 함께 유학한 최모(여·45) 씨도 "A씨가 지난해 가을 '아이들이 다 따로 떨어져 산다'는 말을 했을 때 '그러면 안 된다'며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 정 붙일 곳 없었던 막내딸의 비극
특히 친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뜨고 오빠와 언니와도 떨어진 어린 C양은 함께 살던 계모의 여동생으로부터 자주 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음 붙일 곳이 없었던 C양은 자주 가출을 시도했고 결국 이것이 빌미가 돼 아버지에게 5시간 넘도록 폭행을 당하다 지난해 3월 숨졌다.
부천교육지원청 김진익 장학사는 "C양은 학교생활을 조사한 결과 밝고 명랑한 성격이었으며 친구 관계도 원만했다"고 말했다.
결국 A씨의 관심과 애정이 자녀 대신 재혼한 B씨에게만 극단적으로 쏠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이 빚어지고 만 것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새엄마를 맞이한 재혼가정에서는 아버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A씨가 가장의 역할을 못한 것이 가정이 해체되고 비극이 빚어지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열심히 기도하면 딸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믿어 시신을 장기간 내버려뒀다'는 C양 부모의 주장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보강수사를 거쳐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