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양화대교' 때문에 4억원 물게 된 박원순

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자료사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전시행정으로 판명난 '서해뱃길'을 조성하려고 추진했던 양화대교 공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시공사 측에 억대의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최규현 부장판사)는 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서울시는 4억 17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2010년 2월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오세훈 전 시장은 한강에서 경인아라뱃길로 이어지는 구간을 관광코스로 개발하는 '서해뱃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에 착수했다.

6000톤급 크루즈가 양화대교 밑을 통과할 수 있도록 교각의 폭을 기존 42m에서 112m로 확장하기로 한 것이다. 서해뱃길만 아니면 공사할 필요성이 없었던 양화대교 공사에는 세금 460억여 원이 투입됐다.


오 전 시장의 야심찬 계획에도 공사는 초반부터 암초에 부딪쳤다. 서해뱃길 사업은 소수의 특권층만을 위한 대규모 토건사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의회 민주당 측은 "크루즈 이용객들은 월평균 수입이 500만원 이상 되는 고소득자들인데, 이들은 서울시내 전체 가구의 16%에 불과하다"면서 "한강 생태계가 파괴될 뿐 아니라 경제성도 떨어지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는 같은 해 6월 양화대교 공사를 맡은 현대산업개발 측에 상부 구조물 공사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경인운하 사업의 전면 재검토로 인해, 4대강 사업의 연장선인 양화대교 공사를 중단하라는 청원을 검토한 결과 충분히 이해를 구한 후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3개월 만에 공사 재개를 강행했다. 결국 시의회는 이듬해 1월 서해뱃길 예산 전액을 삭감하기에 이르렀고, 서울시는 시공사 측에 사업비를 확보하는 2월까지 공사를 중단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오 전 시장의 섣부른 정책 판단에 악천후까지 겹치면서 양화대교 공사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에 서울시와 현대산업개발은 두 차례에 걸쳐 총괄 계약기간을 연장했고, 별도로 체결하는 차수별 계약도 수차례에 걸쳐 변경했다.

양화대교 (사진=자료사진)
지난 2013년 준공을 마친 시공사 측은 결국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중지로 인한 약정금과 간접공사비 등 모두 18억 4900여만 원을 서울시가 물어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공사정지는 서울시의 책임 사유"라며 시공사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공사정지를 지시함으로써 공사완료 및 기성대가의 지급이 늦어진 부분인 상부 구조물 철거작업의 잔여계약금액만큼 지급해야 한다"며 약정금을 875만 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또 "계약금액 조정신청이 적법하게 이뤄진 3차 공사계약 및 4차 공사계약의 기간 연장에 따라 서울시는 증액된 간접공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4억 872만원의 지급을 명령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6월 제주도로 향하는 선상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만들어놓은 경인아라뱃길에 서울시는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데, 시의회가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서해뱃길 사업 추진에 열을 올렸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고,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서해뱃길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앞서 감사원도 서해뱃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부족을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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