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살생부' 운운하며 최경환 띄운 채널A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 2월 2일 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 (2/3)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90일 앞둔 1월 14일,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이하 2016선감연)가 발족했습니다. 언론·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발족한 '2016 선감연'은 총선 당일까지 매일 신문·방송보도와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의 시사토크쇼에 대한 총선 보도 <모니터보고서>를 발표합니다. CBS노컷뉴스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돕고자 보고서 전문을 매일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 모니터 대상 :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주말뉴스 토일>),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1부))

■ 2월 2일(D-71) 방송 총선 보도 개요


2월 2일 방송 총선 보도량은 KBS 2건, MBC 2건, SBS 3건, JTBC 8건, TV조선 7건, 채널A 5건, MBN 10건, YTN 4건이다. 2014년 말, 청와대 비선 실세 관련 문건 유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더민주에 입당했다. 현 정부의 내부 사정을 훤히 아는 인사의 영입에 청와대는 “상대방의 약점을 캐내려는 것”이라며 비판했고 새누리당도 “최악의 영입”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당은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며 공식 출범했고 새누리당에서는 최경환 의원의 ‘친박 지원’ 행보가 이어지면서 계파 갈등이 계속됐다.

■ 오늘의 ‘진실한 TV’는?

- “비박 살생부” 운운하는 채널A
대구 경북 지역 ‘친박’ 출마자들의 개소식을 찾아 연일 ‘비박’과 ‘유승민계’을 견제하고 있는 최경환 의원의 행보를 KBS를 제외한 7개사가 모두 보도했다. 이중 SBS, 채널A, TV조선, MBN은 이 사안을 계파 간 ‘전략’ 수준으로 묘사하며, ‘진박 감별사’ ‘대통령 보필론’ 등 권력 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MBC의 경우 ‘유승민계’의 반박마저 누락한 채 ‘친박’의 목소리만 전달했다. TV조선, 채널A, MBN의 경우 더민주 갈등 관련 보도에서는 문재인 대표 사퇴, 선대위 출범, 비대위 인선 등 각 사안마다 ‘친노 운동권’ ‘친노 패권주의’를 운운하며 지도부에 맹폭을 퍼부었던 것과 매우 대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월 2일, ‘친박’ 띄우기 수위가 가장 높은 방송사는 채널A이다. 채널A <‘제2 윤필용’ 맞나>(http://me2.do/5hVcR83x)에서 박상규 앵커는 “최경환 의원의 진박 마케팅이 대구에서 계속되고 있는데 그 궤적 보면 ‘비박 살생부’의 모습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용관 동아일보 정치부장은 “최경환 전 부총리가 지난 30일부터 계속 이른바 진박 후보들의 개소식을 찾아가고 있다” “거기에는 다 현역의원도 있고 경쟁자가 있다. 그분들은 상대적으로 다 살생부가 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최경환 의원이 개소식을 찾아 지원하는 출마자와 경쟁해야 하는 새누리당 의원이 모두 ‘비박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다. 이어서 정용관 정치부장은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는 모습들이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 여러 분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가 TK목장의 주인 되기 위해 무리수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덧붙였다. 과도한 ‘친박 마케팅’에 대한 직접적 비판이 아니라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진박 감별사’ 최경환 의원이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는 식의 ‘조언’이나 다름없다. 기형적인 대통령 중심의 ‘친박 마케팅’을 ‘게임’으로 묘사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돕지 않은 의원들을 ‘비박 살생부’로 규정하는 채널A의 태도는 ‘대통령 기관지’라 할 만 하다.

채널A <‘제2 윤필용’ 맞나> 화면 갈무리.
- TV조선, MBN, SBS도 ‘진박 감별사’ ‘대통령보필론’ 강조
TV조선은 <“반발의원이 교체대상”>(http://me2.do/FNvszez1)이라는 제목으로 ‘유승민계’를 비난한 최경환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서 “‘진박 감별사’ 최경환 의원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며 거칠게 움직이고” “당내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최경환 의원은 내일도 정종섭, 추경호 예비후보 개소식에 참석해 ‘친박 실세’의 존재감을 과시할 예정”이라며 최경환 의원의 광폭 행보를 집중 조명했다.

MBN <심판 vs 생존>(http://me2.do/5emPRuDE)도 유승민 의원에 대해 “사실상 TK 물갈이의 단초”라 정의하고 “요즘 3선 중진의 위엄은 온데간데없고”라고 깍아 내렸다. 반면, 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는 “내일도 정종섭, 추경호 등 이른바 진박 후보들의 개소식에 잇따라 참석해 대구 물갈이론, 대통령 보필론을 강조할 예정”이라며 ‘대통령 보필론’을 강조했다.
SBS <“봄이 곧 올 것” vs “찔리는 사람이 반발”>(http://me2.do/5Qqtoa6J)는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은 오늘도 대구 경북 지역 예비후보 3명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잇따라 참석해 ‘진박 감별사’ 역할을 이어갔습니다”이라며 최경환 의원을 ‘진박 감별사’로 칭했다.

- 새누리당 관련 보도 1건에 야당 비판 끼워 넣어 당내 갈등 물타기 한 MBC
MBC <친박‧비박 신경전 중에 야당 견제>은 ‘진박 감별사’ 등 ‘친박계’를 일컫는 신조어를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 보도는 타사 어느 보도보다 악의적이었다.

보도의 구성은 이렇다. 배현진 앵커는 “새누리당은 민생 행보와 함께 야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습니다”라며 운을 떼고 난 후에 “친박과 비박계 간의 신경전”을 언급했다. 이어지는 리포트는 “대구에서는 일도 하지 않아 교체지수가 높은 의원들이 물갈이에 반발하고 있다면서 TK지역 의원들을 비판”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 관계에서 실망을 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것만으로도 ‘비박계’를 겨냥한 ‘친박계’의 공세만 일방적으로 전달한 불공정 보도였다. 가장 황당한 것은 이어서 불쑥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향해 “권력의 양지만을 쫓는 명분 없는 철새 정치인을 보고 있습니다”라며 비판한 발언을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MBC는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도 한마디 끼워 넣었다.

이 보도는 새누리당 관련 보도를 한 꼭지로 묶는 척 하면서, 두 가지 왜곡 효과를 주고 있다. 계파 갈등에서는 ‘친박’의 주장만 다뤄 ‘친박’을 대변해주는 한편, 억지로 ‘야당 공세’ 발언을 끼워 넣어서 새누리당 계파 간 갈등을 물타기 한 것이다.

- JTBC와 YTN만 정상적 보도
JTBC <“사실상 분당 사태”…갈등 증폭>(http://me2.do/xIu6UGym)만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불충한 행위이자 당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심각한 해당 행위”라며 최경환 의원을 강하게 비판한 정두언 의원의 입장을 전하고 “사실상 분당 사태나 다름없다”는 당내 일각의 자조 섞인 목소리를 덧붙여 기형적 계파 갈등에 우려를 표했다. YTN <최경환 vs. 유승민 ‘TK 격돌’>(http://me2.do/F1JtTfq1)은 그나마 ‘진박 감별사’와 같은 부적절한 용어는 쓰지 않았지만 역시 계파 갈등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담지 않았다.

■ 대통령의 법안통과 관련 야당 비판 발언, MBN만 총선과 연결지어 부각

- 강경함에 김종인이 ‘톤 조절’?, MBN의 뒤틀린 관점
이날 국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법, 기업활력제고법 등 경제 관련 법안 통과를 야당이 막았다며 “국민 앞에 서약까지 해놓은 입법 사항을 하루아침에 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기가 막히실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KBS, SBS, TV조선, MBN, YTN 5개사가 보도했지만, MBN만이 대통령 발언을 총선과 관련 지어 보도했다.
MBN <“속이 타들어간다”>(http://me2.do/54cIz7hN)는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법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특히 자신이 대통령 후보 시절 함께 경제 정책을 짰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며 대통령 발언을 받아썼다. “자신의 입장 변화에 대해서 국민에게 참회하는 고백을 하고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의 김종인 위원장 비판도 덧붙였다. 그리고 보도 말미에서 “청와대와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경제 이슈 선점에 주력하는 모습”이라 정리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친정부적인 받아쓰기 보도이다.

MBN <“노동법 합의 기대”> 화면 갈무리.
더 심각한 문제는 MBN <“노동법 합의 기대”>(http://me2.do/GBb7TXp4)이다. 앵커는 “박 대통령의 쓴소리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노동법에 대해 비판을 자제”했다면서 마치 김종인 위원장이 대통령 일갈에 굴복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가급적이면 합의 도출을 해서 노동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그런 것을 기대”한다는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이 ‘원샷법’에는 쓴 소리를 쏟아냈던 것과 다르다면서 “박 대통령이 강경한 반응을 보이면서, 김 위원장이 '톤 조절'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을 박 대통령 발언과 연관지어 ‘톤 조절’로 보도한 방송사는 MBN뿐이다. 이 보도의 문제점은 야당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을 일절 차단한 채 오로지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박근혜 정부의 어깃장을 김종인 위원장의 ‘톤 조절’ 따위로 갈음하고 있다는 것이다.

- 불통 정부에 일침 놓은 JTBC
MBN 보도를 JTBC와 비교하면 그 저급함이 확연하다. JTBC <앵커브리핑/설득 존재하지 않은…‘호소문, 질문은 사절’>(http://me2.do/G1LOQbCE)은 전날 유길호 경제부총리가 경제법안 입법 촉구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질의응답을 받지 않은 사실을 되짚었다. 손석희 앵커는 “노동관계법 논란은 야당 탓. 누리과정 파행은 시도교육감 탓. 노사정 대타협 파기는 노동단체들 탓” “호소문의 행간에는 ‘호소’가 아닌 ‘남탓’이 두드러졌습니다”라며 호소문 내용을 비판하고 “그러나 '질문은 사절' 그 자리엔 토론도 설득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라며 질문도 받지 않은 정부 태도를 지적했다. “‘질문은 사절’ 경제부총리가 사절한 것은 질문이 아니라 설득의 기회”라며 유길호 부총리를 질타하기도 했다. 귀를 막은 채 정부 여당이 내놓은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아우성만 치는 정부의 불통에 일침을 놓은 것이다. 입법을 촉구하며 야당 탓만 하는 대통령 발언을 받아 적고 거기에 야당의 대표가 ‘톤 조절’을 했는지 여부에만 관심이 있는 MBN과는 천양지차이다.

■ 2월 2일 톱보도 비교

남미와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지카 바이러스’에 WHO 세계보건기구가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국내 보건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를 지상파 3사와 TV조선, MBN, YTN이 톱보도로 전했다. 이날 미국 대선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 민주당 힐러리 후보는 샌더스 후보에 0.4% 차이 신승을 거뒀고 공화당에서는 크루즈가 ‘대세론’ 트럼프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는 JTBC와 채널A가 톱보도로 다뤘다.

■ 오늘의 좋은 선거 보도

JTBC <앵커브리핑/ 설득 존재하지 않은…‘호소문, 질문은 사절’>(http://me2.do/G1LOQbCE) 직접적인 총선 관련 언급은 없는 앵커 브리핑이지만 JTBC는 경제 법안 처리를 국민과 야당에 압박하기만 하는 박근혜 정부의 ‘불통’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는 대통령 발언을 받아쓰기만 하는 타사의 태도와 대조되어 모범이 되는 보도이다.

■ 오늘의 나쁜 선거 보도

채널A <‘제2 윤필용’ 맞나>(http://me2.do/5hVcR83x) 사흘째 대구 지역 ‘친박’ 출마자들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을 찾아 노골적인 ‘친박 지원’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최경환 의원. 채널A는 이를 보도하면서 ‘비박 살생부’를 운운하며 선정적이고 편파적인 태도를 보였다.

MBN <“노동법 합의 기대”>(http://me2.do/GBb7TXp4)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법안 처리를 국민에 호소하며 야당이 발목잡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자 이를 받아쓰고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원장이 강경한 대통령에 ‘톤 조절’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MBN. 김종인 위원장의 ‘톤 조절’ 여부와 관계없이 법안 처리를 압박하기만 하는 박근혜 정부의 ‘불통’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야당 대표의 반응에만 촉각을 곤두세운 MBN의 뒤틀린 관점이 잘 드러난 보도이다.

2016년 2월 3일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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