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청와대 혹평에 "영화 '내부자들' 오버랩"

"박 대통령, 거꾸로 간다"…박지만과 연락 여부에 대해서는 'NCND'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3일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청와대에서 사실상 내쫓긴 자신을 영화 '내부자들'의 배우 이병헌씨에 비유했다.

윗선에 충성을 다한 '정치깡패' 역할로 나오는 이 씨가 결국 권력자들에게 살인과 성폭행 누명까지 쓰고 버림받게 된 상황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신의 더민주 입당에 대해 청와대가 혹평을 한 데 대해 영화 '내부자들'을 언급하며 "거기서 이병헌이라는 사람을 갑자기 성폭행범, 무슨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완전히 매몰시켜 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제가 내부자들을 보면서 조금 저하고 오버랩을 시킨 적이 있었다"며 "저 나름으로는 손목 잘린 이병헌 그…"라고 말끝을 흐렸다.

앞서 청와대 측에선 언론을 통해 "사실과 다른 찌라시 수준의 문건 유출에 연관됐던 당사자가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어이없고 황당하다"며 조 전 비서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그쪽(청와대)의 대응 기조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계속 같은 패턴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특별히 새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 전 비서관은 현 정권의 핵심부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데다가 여당 텃밭인 대구 출신이어서 뜻밖이라는 정치권의 반응이 적지 않다.

그는 현 정권에 대한 실망이 야당으로 오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조 전 비서관은 "정부가 잘 좀 굴러가서 이 정부 잘 뽑았다 그런 얘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살았다"면서 "어째 참 하시는 일들이 좀 이상하고 납득이 안 되고, 자꾸 책임을 안 지려고 하고, 통상의 생각보다는 거꾸로 가고…"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을 향해선 "탓을 남한테 돌리고 이런 게 계속 좀 반복이 되는 것 같아 참 속이 많이 상했다"고 밝혔다.


야당에 대해서도 "그걸 지적하고 바로잡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집단이 당내 헤게모니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서 참 진짜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마음을 바꾼 계기는 최근 인재영입 등 야당의 변화하려는 몸부림과 문재인 전 대표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었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표가 "다른 목소리, 다른 길을 걸어왔던 사람들도 존중하고 토론하고 혁신하겠다 이런 말씀들을 자꾸 하시고. 참 힘들더라고요"라며 일화를 소개했다.

결심 과정에선 조 전 비서관의 부인이 "만약에 할 것 같으면 이혼하자"라는 극단적인 말도 나왔다고 했다.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파문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사진=윤창원 기자)
공직을 그만둔 뒤 서울 마포 식당을 운영하면서 손님으로 찾아온 문 전 대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데 대해선 "제가 싫다고 피할 도리도 없고. 묘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의 친분을 이용해 호가호위하려고 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그럴 의지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박 회장에 대해 "박 회장께서 (특정 문제에 대해) 말씀하시면 오히려 일이 틀어진다고 자기가 스스로 항상 얘기를 한다"며 "조금의 금도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시는 분"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박 회장 스스로가 어떤 이권이나 어떤 민원에 관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너무나 잘 알고 계신 분이에요. 아버지대부터 청와대에서 그런 걸 다 겪어보시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조 전 비서관은 또 공직기관비서관으로서 박 회장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케어(care)해주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혔다.

그는 박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가 국정에 개입한다며 나돈 '만사올통'이라는 조어를 언급하며 "그럴 개연성이 있나 없나를 미리 따지고 그런 게 있으면 원인을 파악하고…"라고 말했다.

박 회장하고는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조 전 비서관은 '더민주 입당 이후 연락이 왔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 정권내 권력다툼이나 정윤회 문건 관련 사항에 대해선 "이해해 달라"며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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