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앞에만 서면 '한류'는 왜 작아지는가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와 KBS 2TV 드라마 '무림학교'에 등장한 위안화 장면. (사진=박종민 기자, 방송 캡처)
번성하는 한류도 '중국 눈치보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발생한 쯔위 사태부터 '무림학교' 위안화 사건까지, 중국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한국 연예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다국적 그룹 멤버의 인권 문제로까지 번진 '쯔위 사태'의 시작은 단순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가수 겸 작곡가 황안이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트와이스의 쯔위가 지난해 인터넷 방송에서 방송 콘셉트상 대만 국기(청천백일기)를 흔든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는 쯔위를 '대만 독립 지지 연예인'이라고 비판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중국 내부에서 쯔위를 향한 반감으로 JYP 소속 연예인들 활동까지 비상이 걸리자, 쯔위는 JYP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직접 사과 동영상을 올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민심이 잠잠해지자 이번엔 대만 민심이 들끓었다. 국내도 사과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화살은 중국에 이례적인 저자세를 취한 JYP로 향했다. 대만 출신인 쯔위가 자신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굴욕적인 사과를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인권 단체들은 당시 쯔위의 사과에 대해 "개인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고 중국 시장이 가져다 주는 수익을 우선한 성급한 결정"이라고 봤다.


'무림학교' 역시 의도치 않게 중국으로부터 반감을 산 경우다.

KBS 2TV 드라마 '무림학교'는 지난달 19일 등장인물들이 중국 화폐인 위안화를 태우는 장면을 방송했다.

해당 장면에 등장한 왕치앙(이홍빈 분) 캐릭터가 중국 재벌 2세였고, 이들이 처한 상황 자체가 급박해 어쩔 수 없이 불을 피운다는 설정이었다.

특별히 중국을 비하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었지만 중국 언론들이 이를 문제 삼았고, 중국 대중들도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결국 '무림학교' 제작진은 "중국 팬들에게 불편함을 드렸다면 죄송하다. 해당 장면은 재방송 및 VOD에서 편집해 삭제할 예정"이라고 사과했다.

두 사건은 그럴 의도와 근거가 없었는데도 불구, 중국 내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촉발됐고, 해명보다는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로 중국 민심을 달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이 한류 콘텐츠에 대해 중국이 가진 막대한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모든 산업들이 그렇듯이 한류도 이미 내수가 부족한 시점이다. 당연히 거대 자본과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을 겨냥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가요와 방송할 것 없이 우리 콘텐츠 제작과 수출이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소 예민하게 느껴지는 여론은 '국가 통제'와 '중화사상'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단순히 여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판권 수출 불가 등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한류 콘텐츠들이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상, 중국의 기분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중국의 경우, 개방했다고 해도 여전히 국가에 의한 통제가 강한 나라다. 국가 기관지들이 '어떤 것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 국민들도 그렇게 받아 들이는 경향이 짙다. 중국인들 자체가 갖고 있는 '중화사상'도 한 몫 한다"면서 "우리가 봤을 때 비상식적인 여론몰이라도 국민성과 체제 자체가 그러니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이 직접적인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진위를 따지지 않고, 먼저 논란을 잠재우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가요 관계자의 이야기도 이와 맥을 같이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대인 쯔위의 나이를 고려해봤을 때, 단순히 국기를 흔들었다는 것만으로 어떤 정치적인 해석을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논란의 확산이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획사 입장에서는 끝까지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진화가 시급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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