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비서관이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 전 비서관은 입당 기자회견문에서 "저에게 정치는 무시와 비난의 대상이었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먹고서야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 '세상의 큰 변화와 발전은 정치를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조 전 비서관은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국정원장 특보 등을 지내면서 정치에 관심을 가졌고 2012년 박근혜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이른바 청와대 문건 파동으로 쫓겨나면서 낭인 생활을 해야 했고 친정인 검찰에 소환돼 긴급체포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검찰은 황당하게도 '대통령기록물법 위반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은 항소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아직도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풀지 않고 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추가로 수사하는 사안도 없으면서 청와대 눈치를 살피느라 출국금지를 풀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조 전 비서관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자 청와대 내부에서는 황당하고 불쾌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입당 선언 전문 보기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결국 청와대에서 정치적인, 불순한 의도로 일을 하면서 문건을 유출한 것임이 드러났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찌라시 수준의 문건 유출에 연관돼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가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선거를 앞두고 더민주의 초조함과 조급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조응천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언급한 내용이 아니어서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에 대해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지시한 대로 동향을 파악해 보고했는데 김 실장이 후속 지시를 하지 않고 보고서를 '문고리 3인방'에게 넘겨주면서 자신이 청와대에서 밀려났다"고 전말을 설명했다.
조 전 비서관은 사석에서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다는 비판을 자주 했다. 그래서인지 입당회견문에서도 "사회 전반의 정치 불신, 희망의 상실, 무기력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은 야당의 몫"이라면서 "강한 야당만이 강한 여당, 강한 정부, 그리고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야당은 바로서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야만 브레이크없는 역주행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겨냥했다.
스스로 야당다운 야당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입당회견문에서 "최근의 더불어민주당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처절한 반성과 혁신을 통해 새로 거듭나고,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았다"면서 "그리고 새로운 사람의 마음을 얻고자 부끄럽고 아픈 곳도 드러내며 '새로 태어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거듭 부탁하는 과정에서 진정성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조 전 비서관은 "공자(孔子)께서 선비의 본무(本務)인 사회정의의 실현에는 아무 관심없이 이쪽, 저쪽의 가운데에 서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사이비 지식인' 즉 '향원(鄕原)'이라고 했다"며 "이쪽과 저쪽의 가운데가 아니라, 의로운 쪽에 서는 것이 옳은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중도(中道)"라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그 중도에 서서 야당을 혁신하고, 정치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데 미력이라도 보태겠다. 온당(穩當)하지 않은 것을 본다면 과감히 맞설 것"이라면서 "자영업자로 살면서 겪은 서민들의 아픔에도 민감하게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조 전 비서관이 더불어 민주당에 입당한 또다른 이유는 최근의 이른바 '진박 마케팅'과도 관련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제대로 일도 하지 못했고 참모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 인물들이 '진실한 사람'으로 포장하고 나서는 데 대해 제대로 비판하면서 할 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전 비서관은 최근 한 사석에서 "'진박'이라고 나서는 인물들의 면면이 어쩌면 저렇게도 못난 인물들인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했다.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한 경험에 비추어 인물감이 아닌 장관이나 수석들을 '진박'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불의한 권력과 잘못된 정치는 우리 모두를 절망하게 만든다"면서도 "그러나 절망의 늪에서 우리를 건져낼 수 있는 것도 정치일 수밖에 없다. 현실 정치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누군가는 그 진흙탕에 뛰어 들어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