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엔 우려에도 초강경 대응…돈으로 옥죄기 논란

민중총궐기 집회 관련 3억6천만원 손배 소송

강신명 경찰청장 (사진=자료사진)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집회시위 참가자들이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전원 현장검거하는 것은 물론 소음규정을 벗어나면 확성기 사용자나 집회 주최자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도 예고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발생한 불법 폭력 시위 책임을 물어 집회주최 단체 등에 4억원에 육박하는 손해배상도 청구하기로 하는 등 형사처벌에 이어 민사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 "집회 자유 위축 동의 못한다" VS "재정적 공격, 기본권 위축"

강신명 경찰청장은 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불법 행위에 대해 형사·민사 책임을 묻는 것은 법치주의의 일반적인 원칙"이라며 "국가가 입은 손해는 국가가 변상을 청구하고 경찰관이 피해를 입었을 때는 개인이 소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경찰청 법무담당관실과 서울지방경찰청 경비3계는 지난해 1차 민중총궐기 집회 과정에서 파손된 경찰 차량과 장비 수리비, 부상한 경찰관 치료비 등으로 각각 3억2000만원과 4000만원 등 총 3억6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이달 중 제기할 계획이다.

강신명 청장은 "법치국가가 제대로 가려면 불법에 대해서 명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일반 시민의 기본권과 집회시위의 자유가 증진된다"고 강조했다.


'불법 폭력시위 가담자에 대한 형사처벌로 충분하지 않나' '또다른 폭력으로 불리기도 하는 국가 소송이 결국 집회·시위의 자유 전반을 제약하지 않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불법 손해배상 청구는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이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집회시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특히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는 경찰 버스를 손괴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집회의 단계를 넘어섰다"며 "그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어떻게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냐"고 되물었다.

유엔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집회·시위의 자유와 인권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서로간의 인식의 오류가 있다며 정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주 마이나 키아이 유엔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우리나라 집회 관련 실태를 조사한 뒤 "집회 시위는 한국이 위대한 국가로 변모하는 데 기여했다"며 "국회 의원들이 언론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거리에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해야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국제법은 합법 집회가 아니라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고 이는 이미 유엔 차원에서 수차례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다"며 "(공권력이) 합법·적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순간 모든 집회는 허가제가 되고 누구나 향유해야할 권리가 특권이 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 일부가 폭력을 행사한다고 시위 자체를 폭력시위로 규정해선 안된다 ▲집회 참가자 범죄로 인한 책임을 주최측에 물어선 안 된다 ▲차벽.물대포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다 등등 그간 경찰과 집회주최측이 논리 공방을 벌인 부분도 명확히 지적했다.

키아이 특별보고관의 이같은 발언은 강신명 경찰청장이 평소 "저항권이 인정되는 평화집회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준법 집회를 통해 법치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 청장은 "(유엔 보고관) 기자회견에 나왔던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이 보기에는 몇가지 오류가 있다"며 "사실의 착오 혹은 인식의 오류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보고관이 정식 보고서를 채택하는 올해 6월 전에 반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의 강경 행보가 '국가 공권력의 또다른 폭력'이라며 당장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경찰의 민사소송 제기는 정부의 통치 기조를 보여주는 무리한 법집행"이라며 "비판세력에 대해 의견을 듣고 소통하기보다는 꼬투리를 잡아서 불법으로 몰고가 집회시위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또 "정부에 비판적인 사회시민단체는 재정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부분을 공격해 사회적 비판을 허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사법정의가 살아있다면 궁극적으로 경찰의 무리한 법집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강문대 변호사는 "헌법 보장된 기본권을 행사하는 국민에게 '돈까지 내라'라고 하는 것은 생계 부담까지 지우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시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대항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본권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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