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내부인들 "우리에게 사장이란 없었다"

"어차피 낙하산… 선거철되면 사라져"

-시스템 갖췄다? 운용은 사람이 하는 것
-폭발물 처리반조차 용역업체 소속… 대우 열악
-서비스평가 1위? 안전과 무관
-민영화 압박도 안전 위협하는 요소
-노동자, 단순 비용으로 봐선 안 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신철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 신이 당신을 벌할 것이다.’ 지난 주말 인천공항 화장실에서 발견된 폭발물 의심물체. 그 안에 쓰여 있던 아랍어 경고문입니다. 아랍어로 쓰여 있었지만 문법은 틀렸습니다. 일단 경찰은 전담반을 꾸리고 지문채취하고 지금 CCTV를 조사를 하고 있지만 워낙 이용객이 많은 곳이라서 쉽지 않다는 입장 밝혔는데요. 이런 가운데 같은 날 베트남인이 역시 인천공항을 뚫고 밀입국을 한 사실이 드러났죠. 중국인 밀입국 사건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유사한 일이 또 터진 겁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인천공항, 지금 내부에서는 터질 때 터졌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데요. 직접 들어보죠.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본부의 신철 정책기획국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국장님, 안녕하세요.

◆ 신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일단 그 폭발물 의심물체가 나온 곳이 입국장 C게이트 옆에 남자 화장실이다, 이렇게 알려졌는데 여기 사람들이 이용이 많은 곳이죠?

◆ 신철>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 김현정> 그러니까 출국, 입국하는 사람들 외에 외부인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 신철> 예. 그럼요. 환송객 이런 분들도 다 모여 있는 곳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CCTV가 당연히 설치돼 있겠지만 화장실 내부를 촬영한 건 없을 테고 요.

◆ 신철> 그렇죠.

◇ 김현정>지금까지 수사 상황은 어떻습니까?

◆ 신철> 경찰이 전담반을 꾸려서 수사 중이고 지문 19개 정도가 채취됐고 부탄가스가 담겨있던 화과자통의 출처를 쫓고 있다. 이 정도가 현재까지 저희도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지문 19개 채취했지만 누군지 아직 특정하지 못한 상태고요?

◆ 신철> 네.

◇ 김현정> 그런 일이 있었는가 하면 금요일에는 베트남인이 밀입국한 사건도 있어요. 이것도 아직 행방이 묘연한 거고요?

◆ 신철> 그렇죠. 이제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도중에 갈아타지 않고 도망을 간 건데요.

◇ 김현정> 중국인과 똑같은 케이스네요. 환승하겠다고 들어왔다가 도망을 가 버린.

◆ 신철> 네. 그런데 이제 무인자동출국심사대, 거기에는 관리소 직원들이 지키지 않는 곳인데. 자동심사대의 문을 강제로 열고 밀입국을 한 거고. 현재까지도 잡히지 않고 있죠.

◇ 김현정> 이 사람은 3주 전에도 입국을 하려다가 거절된 적이 있다고요?

◆ 신철> 그렇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입국이 거절된 상태인데 이번에는 들어왔다가 환승하지 않고 밀입국을 한 이런 상태. 지금 공항 분위기 상당히 술렁술렁할 것 같은데요?

◆ 신철> 네. 사건 터지고 나서 이제 일하는 노동자들도 그렇고요. 승객들 이런 분들도 굉장히 불안해하시는 것 같고. 어떤 분들은 이제 환승객이나, 환송하러 오는 분들도 이제 취소한다거나 이런 일도 있었다고, 그런 얘기도 들리고. 테러 관련된 건 처음이라서 굉장히 다들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왜 안 그렇겠습니까? 참 이번 사건 보면서 인천공항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어떤 얘기가 나올까도 궁금해요.

◆ 신철> 진짜 올 것이 온 거 아니냐, 이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요.

◇ 김현정> 진짜 올 것이 온 거 아니냐, 이게 무슨 말이죠?

◆ 신철> 며칠 전에 전화협박도 있었는데. 우리는 무방비 상태로 돼 있는데 무방비 상태인데 어떻게 하냐. 불안해하고 이런 상태죠.

◇ 김현정> 전화협박도 오고 편지협박도 있고 이런 것은 종종 있었지만 폭발물 의심물체가 화장실에서 발견, 이건 처음 있는 일이잖아요.

◆ 신철>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우리는 무방비인데 어떻게 하냐, 이런 얘기.

◆ 신철> 네, 그렇게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게 인원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공항 이용객, 여객수는 개항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훨씬 늘었거든요. 노동자들은 거의 늘지 않았고요. 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사람이 운영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 인천공항 운영하는 사람들 7000명 중에 85%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에요.

◇ 김현정> 85%가 하청노동업체 소속 노동자들.

◆ 신철> 네. 85% 노동자 중에는 보안, 방제. 예를 들어서 소방대, 폭발물 처리반 이런분들은 용역업체 소속입니다.

◇ 김현정> 그래도 그분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 괜찮은 거 아닌가요?

◆ 신철> 국민 안전을 위해서 희생할 각오를 해야 되는데 솔직히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아온 건 아니거든요.

◇ 김현정> 예. 그런데 인천공항에는 수천개의 CCTV가 설치가 되어 있고. 자동으로 출입으로 통제되는 어떤 최첨단 보안 시스템도 마련이 돼 있는 거 아닙니까?

◆ 신철> 시스템이 그렇게 잘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다음에 인천공항에서 자랑하는 게 10년 연속 서비스평가 1등 했다, 이런 거거든요. 그런데 이제 사실 그렇게 자랑하는 서비스평가라는 건 사실 안전과는 무관해요. 서비스가 뭘 보는 거냐하면 친절함과, 청결. 그다음에 탑승하는 데까지 신속했나. 이런 걸 설문조사 하는 거거든요, 고객들한테. 그게 10년 연속 1등이라는 겁니다.

◇ 김현정> 서비스 평가 부문은 그렇고. 최첨단 보안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 신철> 그 CCTV들을 관리감독하고 특이점을 발견해야 될 사람들도 다 사람들이거든요. 그 노동들도 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거고요. 그런 상황이 이때까지 벌어졌던 거고 쉬쉬하던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쉬쉬할 수 없을 만큼 터진 거다, 이렇게 보입니다.

◇ 김현정> 예를 들면 CCTV는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그걸 보는 인력이 부족하고 전문성도 부족하다?

◆ 신철> 네.


◇ 김현정> 그 CCTV는 직원 세 명이 영상을 24개를 모니터링한다, 돌아가면서. 이건 맞나요?

◆ 신철> 저희도 비슷하게 알고 있고요. 이렇게 보시면 되죠. 똑같은 장소가, 10년 넘게 공항은 변하지 않았지만 거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수 배 늘었다는 거예요. 그러면 그만큼 안전이라던가 이런 부분의 투자가 그동안 진행이 되어 왔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보다는 외형적인 평가, 서비스평가. 이런 것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까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이 안 되고 이미지를 좋게 할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안전 분야는 소홀히 했던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또 한편에서는 공항의 수장, 공항의 리더인 사장이 계속 교체되는 것도 혹시 이런 사태를 불러온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니냐, 이런 주장도 제기가 됐는데 이거 어떻게 보세요?

◆ 신철> 저희는 어떻게 보면 인천공항, 사장이 필요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극단적인 얘기인지 모르지만.

◇ 김현정> 그게 무슨 소리세요?

◆ 신철> 이게 아이러니한데요. 저흰 사장은 월급 주는 명예직 정도로 생각해요. 인천공항 사장이 공항을 잘 아는 사람이 온 적이 별로 없어요. 다 낙하산 인사로 공항을 잘 모르는데친정권인사, 이제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보은 차원에서 내리꽂았던 거거든요.

◇ 김현정> 예. 그러니까 사장은 어차피 있으나마나한 존재였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사진=황진환 기자)
◆ 신철>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고요. 세심하게 관리 감독할 부분 건드리지도 못하고, 잘 모르니까요. 그리고 선거철 되면 또 나가는 거예요. 지금도 없는 거잖아요.

◇ 김현정> 없는, 공석인 거죠.

◆ 신철> 네.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사장이 새로 취임했는지 공석인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고요. 그저 지금과 같은 상황은 기형적인 인력운영방식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게 우연치 않게 지금 터진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또 하나는 인천공항이 민영화 압박을 받아왔다는 부분, 이것도 혹시 하나 원인 아니냐. 이런 지적 나오던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 신철> 그건 맞는 말이고요. 민영화 압박을 받았는데 민영화를 안 해도 될 만큼 돈을 번다는 것을 증명해야 돼요, 항상. 그러다 보니까 비용을 줄이는 데 급급했고 한마디로 인천공항을 움직이는 노동자들을 비용으로 보는 거죠. 그러니까 비용으로 보이는 순간 아끼고 절약해야 될 대상이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 부작용이 이제 좀 나타나기 시작한 거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이번 사건 계속해서 터진 후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내놨습니다. 예를 들면 베트남인이 밀입국한 통로가 됐죠. 자동출입국심사대. 이거는 전수조사를 하겠다. 자동보안시스템 지금보다 더 강화하겠다. 테러전담반도 설치하겠다, 이 정도 대안이면 괜찮습니까?

◆ 신철> 물론 단계적으로 응급처치용 처방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말씀 나오고 있는 부분이 어떻게 보면 단기적이고 응급처치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고요.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이제 예를 들면 이런 것도 있더라고요. 문제가 발생한 보안업체를 즉각 퇴출시키겠다. 뭐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 그런데 계약기간이 끝나면 나가는 하청업체한테 책임을 돌린다는 건 뭐냐하면 폭탄을 해체하는 게 아니고 폭탄을 돌리게 하는 겁니다.

◇ 김현정> 어차피 계약기간 끝나면 나갈 업체인데.

◆ 신철> 그렇죠. 응급처치용의 어떤 성격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좀더 근본적인 부분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고요. 그런 게 안 보여서 좀 아쉬운데요.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의 조직운영. 인력이라든지 이런 것들, 비용절감의 문제로 이제까지 인천공항을 운영했던 경영의 마인드가 이제는 좀 국민안전. 테러 청정 지역이 아니게 된 거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한 경영 마인드가 좀 바뀌고, 조직 운영의 어떤 철학도 바뀌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이제 노동자. 인천공항을 위해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 고용 문제, 이런 것까지 좀 깊이 들어가는 그런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번 사건 보면 소 잃고 외양간조차 제대로 못 고친 게 아닌가 답답한 생각이 드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신철>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본부의 정책기획국장이세요. 신철 씨 연결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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