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은 전반 권창훈(수원)의 선제골과 후반 2분 진성욱(인천)의 추가골로 앞서갔다. 이미 대회 4강전에서 개최국 카타르를 격파하며 이룬 세계 최초의 8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기리는 우승이 될 만했다. 그러나 후반 중반 14분 동안 내리 3골을 내주며 허무하게 정상을 내줬다. 상대가 '영원한 라이벌' 일본이라 더 뼈아팠다.
이번 대회 결승은 지난해 11월 야구 국가대항전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SBC) 프리미어12' 한일의 4강전과 묘하게 닮아있다. 종목은 다르지만 두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에서 극적인 대역전 승부가 펼쳐졌다는 점이 같다.
당시 한국은 0-3으로 끌려가다 9회에만 대거 4득점하며 드라마처럼 승부를 뒤집었다. 자국에서 우승 분위기에 들떴던 일본은 9회 참극에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한국의 결승 진출을 바라봐야만 했다. 결국 한국은 결승에서 야구 종주국 미국까지 대파하며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두 승부 모두 경기 막판에 갈렸다. 특히 먼저 득점에 성공, 승리 분위기에 취했던 팀이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벼랑에 몰렸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팀은 긴장이 다소 풀린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축구 결승에서 한국은 먼저 앞서갔지만 너무 빨리 우승 분위기에 젖었다. 느슨해진 수비에 허점과 균열이 생겼고, 집요한 일본이 놓치지 않았다. 후반 22분과 23분 잇따라 골을 내주며 멍해진 한국은 36분 수비 실책성 플레이로 결승골까지 허용, 눈물을 흘렸다.
야구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최강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니혼햄)를 앞세워 8회까지 3-0으로 앞섰다. 한국 타선은 오타니의 괴력에 7회까지 삼진을 무려 11개나 당하며 무기력했다. 일본은 승리를 직감하며 오타니를 내리고 계투진을 가동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 이닝을 막지 못했다. 한국은 끈질겼고 일본은 흔들렸다. 잇딴 대타 안타와 적시타에 일본 마운드는 몸에 맞는 공과 밀어내기 볼넷으로 무너졌고, 한국은 마침내 일본 리그 최고 타자 이대호의 역전 2타점 결승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이 망연자실에 빠진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두 나라의 승부가 숱하게 그랬다. 1997년 '도쿄 대첩'으로 불리는 프랑스월드컵 3차 예선은 한국이 종료 7분 전부터 3분 사이에 두 골을 넣어 승부를 뒤집었다. 이에 앞선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최종예선 결승도 최용수(현 FC 서울 감독)의 결승골도 후반 37분 터졌다.
야구도 그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4강전에서 한국은 8회 이승엽(삼성)의 결승 2점 홈런으로 9전 전승 금메달 신화의 발판을 놨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1, 2라운드 모두 한국이 경기 후반 이승엽과 이종범의 결승포와 결승타로 웃었다. 반대로 2009년 WBC 결승에서는 한국이 연장 끝에 일본에 져 우승을 내주기도 했다.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뤘으되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올림픽 축구 대표팀. 그러나 숙적 일본과 대결에서 명심해야 할 교훈을 뼈저리게 체득한 수확은 있었다. 이들은 아직 젊고 일본에 고스란히 되갚아줄 기회는 여전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