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합의 맹점노려 강제성 물타기…日 '역습' 시작됐나

'최종해결·비판자제' 합의후 "강제연행 증거없다" 입장 유엔 전달

일본 정부가 '군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한일 합의 이후 유엔 기구에 제출한 것은 앞으로 국제사회 내 위안부 문제 논의의 향배에 대해 우려를 갖게 한다.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공식 인정하고 사죄한 한일 합의 이후에도 일본은 '강제연행 증거는 없다'는 주장을 국제사회에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최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는 외견상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내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당시인 2007년에 이미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채택했으며, 이번 합의에도 강제성에 대한 명확한 기술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이 '강제 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위안부 동원의 '총체적인' 강제성에 물타기를 하려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 정부의 답변서에서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질의에서 "최근 위안부의 강제적인 이송(forcible removal)을 입증하는 증거는 없다는 공적인 발언들을 접했다. 그 정보에 대해 언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그동안 실시한 각종 진상조사 방법을 열거한 뒤 "이런 조사에서 일본 정부가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어디에도 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forceful taking away)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원회의 질의는 여성들을 위안부로 동원해 이송한 행위를 포괄적으로 가리킬 여지가 있는 반면, 일본 측의 답변은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갔다는 증거가 없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읽힌다.

한국 내 군 위안부의 모집·이송이 식민지배 현실 아래 감언·강압 등 여러 방법이 동원돼 이뤄졌고 위안소의 상황도 여성들의 의사에 반(反)했다는 점에서 강제적 성격을 띤다는 것은 국제적 인권 기준에 비춰 상식으로 통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태도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한다는 한일 합의의 취지와 큰 틀에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한일 양국이 지난해 말 합의에서 군위안부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하고 국제 사회에서 상호 비판을 자제하기로 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가 군위안부 문제를 두고 유엔 등에서 일본을 비판하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본이 국제사회를 무대로 한 '역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합의의 맹점을 노린 일본의 강제성 부인 시도가 계속된다면 우리 정부의 고민도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 정부 내에서는 아베 총리가 군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전면 부인하는 행보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위원회 심의는 개인 자격의 위원들과 대상국 일본 사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나라 정부가 참석해 발언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31일 이번 심의와 관련해 "일본이 그런 답변을 낸 것을 (정부도) 알고 있다"며 "여타 국제무대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포함해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제성은 이미 국제적으로 판정이 난 사안으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일반적 여성인권이나 전시 성폭력 문제는 국제무대에서 얼마든지 토의에 참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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