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해운조합의 무개념 '낙하산'…세월호 넋들이 통곡할 일

정우택 의원 보좌관,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내정 '정피아 논란'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세월호! 듣기만 해도 가슴이 아프고 절로 눈물이 나는 단어다. 꽃다운 10대 청춘 250명이 너무나 허망하게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온갖 비리와 악행, 부조리가 바탕에 깔려 있기에 생각만 해도 부끄럽고 한편으론 화가 치밀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는 참담한 소식이 25일 전해졌다. 세월호 사태로 1년 8개월 동안이나 공석 중이던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에 국회의원 보좌관이 전격 내정됐다는 얘기였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사진)의 보좌관 출신인 오인수씨가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을 하려다 정부로부터 퇴짜를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조합은 이날 21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장 선출을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12표를 얻은 오인수(60) 후보가 20대 이사장에 내정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흘 뒤인 28일 저녁 늦게 해양수산부가 짧고 분명한 내용의 보도자료 하나를 배포했다. "해양수산부는 한국해운조합이 2016년 1월 26일 제출한 이사장 임명 승인 요청 건에 대해 오인수 후보자는 2,093개 해운선사 단체인 해운조합의 이사장으로서 해운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조직관리 경력이 부족하므로 불승인 통보함"이라고 적시했다.

한마디로 오인수 내정자는 한국해운조합의 이사장직을 수행하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지난 1962년 해운조합이 설립되고 지금까지 모두 12명의 이사장이 선출됐지만 이익단체인 해운조합 결정에 대해 정부가 반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가히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정부조차도 인정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선출인사가 어떻게, 왜, 누군가에 의해 진행된 것일까? 먼저, 오인수 내정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구체적인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오 내정자는 울산 출생으로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뒤늦게 지난 1996년 여의도 정치권에 입문해 권기술, 이규정, 심규철 의원실을 거쳐 지난 2012년부터 정우택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조차도 "(오 내정자는) 경력과 해양수산 쪽에 인연이 거의 없던 사람으로 판단이 됐고, 그렇다고 어떤 큰 조직을 관리하거나 그런 경력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렇기 때문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정우택 의원실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 의원은 김대중 정부시절인 지난 2001년 자민련 몫으로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비록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운업계에 인맥이 남아 있다고 봐야 하는 대목이다. 정 의원이 이번 해운조합 이사장 선출 과정에 개입했든 개입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혹여, 정 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이 해운조합 이사장에 출사표를 던졌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뒤늦게 알았다면 반드시 말렸어야 했다. 그것이 충청북도 도지사와 국회 정무위원장을 지낸 새누리당 중진의원의 올바른 판단이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의 말이 귓전을 때린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해운조합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며 "세월호 참사만 생각하면 국민들이 아직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어떻게 국회의원 보좌관이 해운조합 이사장을 하려고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의도가 바다에 있는 섬으로 착각한 모양"이라며 "여의도 정치권이 세월호 참사를 능멸해도 너무 능멸했다"고 비판했다.

해운조합은 세월호 참사 당시 선박의 운항관리자를 제대로 지도 감독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샀던 조직이다. 이 때문에 해수부 차관 출신의 19대 주성호 이사장이 자진 사퇴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그리고 아직도 9명의 어린 시신이 깊은 물속에 남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해운조합도 일말의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해운조합이 전직 해수부장관 출신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이사장으로 모시겠다며 선출한 것 자체가 넌센스다. 또한, 일개 국회의원 보좌관이 자신의 경력과 관계가 없는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도 참으로 뻔뻔하다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