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아침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실과 지방재정세제실 일부 국장급 간부 공무원들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호출을 받고 청와대에 다녀왔다. 행자부 간부 공무원들이 예정에 없는 청와대의 호출을 받은 이유는 한 언론사가 보도한 '업무보고에서 갑자기 사라진 지방행정'이라는 기사 때문이었다.
이 언론사는 "행정자치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로부터 '업무보고 내용을 정부 3.0에 집중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업무보고를 앞두고 각종 정책을 준비했던 지방행정실과 지방재정세제실 간부들은 크게 아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문제를 삼은 대목은 '청와대가 업무보고 내용을 정부 3.0에 집중하라'고 했다는 부분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관련 기사에 실린 행자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항명성'이라고 지적하면서 행자부 대변인실에는 비상이 걸려 다음날 새벽까지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는 문제의 발언을 한 행자부 고위 관계자를 질책하기 위해 간부 공무원들을 청와대로 호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 내에서는 업무도 잘 하고 직원들에게 신망이 있는 국장급 간부가 문제의 발언을 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다.
행자부에서는 이번 일로 인해 해당 간부 공무원이 조만간 단행될 인사에서 문책을 당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권에 따라 다르지만 청와대가 정부부처의 상급기관처럼 되면서 갑질을 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로 청와대가 행자부 고위 공무원들을 급거 소환하고, 나아가 인사상 불이익까지 주겠다는 얘기가 나도는 데 대해 행자부 직원들은 '해도 너무 한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기자의 취재에 응해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행정자치부 업무의 본령인 지방행정과 지방재정 분야가 다소 소홀히 다뤄진 것이 아쉽다고 발언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조선 중종 때의 개혁적 정치인인 정암 조광조(1482~1519)의 언론 관련 발언은 이 대목에서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언로의 통색(通塞)은 국가에 가장 긴요합니다. 언로가 통하면 나라가 안정되지만 막히면 어지러워져 곧 망하게 됩니다. 군주는 모름지기 언로를 넓히는 데 힘써야합니다. 위로는 공경(公卿)·백집사(百執事)로부터 아래로 여항(閭巷)·시정(市井)의 백성에 이르기까지 각자 자기의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행자부 인사가 조만간 있을텐데, 과연 문제의 발언을 한 당사자로 알려진 간부 공무원에 대해 어떤 인사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건전한 내부비판은 조직을 해롭게 하기보다는 조직을 건강하게 한다는 점을 청와대 관계자들이 유념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