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버린' 오리온의 과단, '신의 한 수' 될까

'끝까지 잘 해보자' 프로농구 오리온은 올 시즌 1, 2라운드 MVP 애런 헤인즈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제스퍼 존슨을 택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케이티 원정에서 승리한 뒤 추일승 감독(가운데)이 존슨(왼쪽)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자료사진=KBL)
고양 오리온이 우승의 비원을 위해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웠다. 올 시즌 초반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MVP를 포기했다. 과거를 버리고 현재를 택했다.

오리온은 29일 외국 선수 애런 헤인즈(199cm) 대신 제스퍼 존슨(196cm)으로 남은 시즌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존슨은 부상 재활 중인 헤인즈의 일시 대체가 아닌 완전 교체다.

당초 헤인즈는 올 시즌 초반 최고의 선수였다. 1, 2라운드 연속 MVP에 올랐다. 1라운드 평균 28.2점 8.9리바운드 3.7도움 1.7가로채기를 기록하며 8승1패 고공행진을 이끈 데 이어 2라운드도 25.3점 8.7리바운드 3.7도움 1.4가로채기로 7승2패 상승세를 견인했다.

하지만 부상 악재가 잇따랐다. 11월 중순 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당했던 헤인즈는 지난달 25일에는 발목 부상으로 쓰러졌다. 고공행진을 달리던 오리온도 헤인즈의 공백으로 흔들려 모비스에 1위를 내주기도 했다.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낸 선수가 존슨이다. 일시 대체로 합류한 존슨은 초반에는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고전했다. 오리온도 존슨과 함께 했던 10경기에서 3승7패로 부진했다.

'이렇게 끝나다니...' 지난달 25일 SK와 원정에서 발목 부상을 입은 뒤 벤치에 들어와 상세를 살피고 있는 애런 헤인즈.(자료사진=KBL)
그러나 헤인즈의 2차 부상 이후 존슨은 달랐다. 컨디션과 경기 감각이 올라왔고, 팀 전술에도 녹아들었다. 올해 존슨은 오리온의 6승2패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 기간 1경기를 빼고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18경기 평균 13.7점 5.2리바운드 3.2도움의 기록이나 점점 수치가 늘고 있다.

헤인즈의 기량이 아쉽지만 오리온은 과단을 내렸다. 과거의 영광보다는 현재 팀 상황을 중시했다. 헤인즈의 부상 회복이 더딘 게 컸다. 당장 30일 울산 모비스와 공동 1위 대회전에 나서기 어려웠다.

일시 대체 기간을 늘리면 규정에 따라 존슨이 이날 뛰지 못하는 점도 하나의 이유였다. 완전 교체면 존슨은 30일 모비스와 경기에서 뛸 수 있다. 한국농구연맹 관계자는 "일시 대체가 아닌 완전 교체라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대체 외인이 필요한 다른 구단도 존슨 영입에 대한 신청을 한다면 오리온이 경합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존슨은 헤인즈보다 다소 작지만 체중은 더 나가 골밑에서 버틸 힘은 있다. 여기에 오리온은 기존 장재석과 군 제대로 30일부터 뛸 수 있는 최진수 등 203cm 듀오가 있다.

또 그동안 팀 동료들과 맞춰온 호흡도 무르익었다. 헤인즈는 두 달 정도 공백이 있어 기존 멤버들과 새롭게 익혀가야 하는 위험성이 있다. 장고 끝에 오리온이 결정을 내린 이유다. 과연 오리온의 과단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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