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대국 포기, 프로기사 대다수는 이해 못 해
-바둑, 승부도 책임도 100% 혼자지는 싸움
-바둑으로 힘든건 바둑으로 이겨서 푸는 게 정답
-어린 커제에 패배… 이창호 9단 심정 이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세돌 (프로바둑기사 9단)
세기의 빅대결이 예고됐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바둑계를 평정해 온 바둑 세계 챔피언 이세돌 9단이 아주 특별한 대국을 펼친다는데요.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상대의 이름은 ‘알파고’. ‘알파고’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 했더니 바로 구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의 이름이랍니다. 그러니까 컴퓨터와 사람의 바둑 대결이 펼쳐지는 건데요. 과연 누가 이길 것이냐. 지금 바둑계는 물론이고 IT업계까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이세돌 9단. 직접 만나보죠. 이세돌 9단 안녕하세요.
◆ 이세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진짜 반갑습니다. 사람도 아닌 인공지능 컴퓨터하고 대국을 펼치신다고요?
◆ 이세돌> (웃음) 네, 그렇게 됐습니다.
◇ 김현정> (웃음) 이 대국 신청은 언제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 이세돌>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12월 말 아니면 1월 초에 제의를 받았고요. 의미가 있는 대국이라 받아들였습니다.
◇ 김현정> 그 신청을 단번에 받아들이셨어요?
◆ 이세돌> 글쎄요, 고민이라고 해 봤자 3분에서 5분 이하 이 정도로 고민했던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라기보다는 바둑계에서 봤을 때 큰 의미가 있어서 그렇게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런 가정은 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마는 만약, 혹시, 아주 만약에. (웃음) 질 경우에는 그 후폭풍이랄까요? 그런 게 좀 걱정되지는 않으셨어요?
◆ 이세돌> 알파고와 대국이 5판입니다. 5판 중에 1판을 지는 정도는 후폭풍이라고 할 만한 그런 건 없고요. 5판 중에 3판을 지다, 그러니까 5번기를 진 거죠. 총 게임을 진다, 이렇게 되면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바둑계 전체적으로도 그렇고 후폭풍이 정말 밀려오겠죠. 그런데 그런 정도의 부담은 언제든지 있는 거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감수해야죠.
◇ 김현정>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낌이 이길 자신이 있다, 이런 느낌 받네요.
◆ 이세돌> 당연히 그렇죠. 물론 자신이 없는데 이걸 받아들이는 경우는 사실 굉장히 드뭅니다. 아직은 지금 뭐, 저랑 ‘알파고’. 혹은 인간 대 컴퓨터로 비교를 하자면 아직은 인간이 위에 있다, 이런 자신감이 있는 거죠.
◇ 김현정> (박수) 저 일단 박수부터 치고 시작할게요. (웃음) 그런데 이세돌 9단, 그런데 이 ‘알파고’가요. 아주 비리비리한 컴퓨터는 아닌 것이 유럽 바둑챔피언 판후이 2단을 5판 모두 이겼어요.
◆ 이세돌> 예. 그런데 이제 판후이 프로가 지금 현재 한국, 중국, 일본쪽에서 프로 활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유럽 쪽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요. 특히 초일류들과 비교를 하는 건 무리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것이 뭐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다, 이렇게까지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알파고’와 대국 앞두고 따로 뭐 준비하고 있다든지, 운동 선수처럼. 그런 건 없으세요?
◆ 이세돌> 가장 중요한 건 컨디션, 건강관리겠죠. 그런 것만 좀 주의를 하면 이번에는 무난하게 이기지 않을까.
◇ 김현정> 참 저는 이세돌 9단이 이래서 좋아요. 참 시원시원해요. (웃음) 이세돌 9단 만나고 있습니다.
◆ 이세돌> (웃음) 감사합니다.
◆ 이세돌> 예. 재미있게 봤습니다.
◇ 김현정> 거기서 최택이란 바둑기사는 굉장히 로맨틱한 순정남이잖아요. 사랑을 위해서 대국도 포기하고 그 여인에게 달려가는 남자. 그 장면도 공감되셨어요?
◆ 이세돌> 음... 그 장면을 공감하는 프로기사는 거의 없습니다.
◇ 김현정> 공감하는 기사는 없다, (웃음) 대국이냐 사랑이냐 하면 대국입니까?
◆ 이세돌> 물론 중요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프로기사, 거의 100명 중 99명은 그걸 좀 이해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러면 이세돌 9단이 그런 상황이어도 이세돌 9단은 일단 대국을 두는 겁니까?
◆ 이세돌> 드라마 설정상의, 그 상황이라고 하면 대국을 먼저 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웃음) 역시 바둑 천재. 우리 세계적인 기사는 참 다르네요. 드라마 보면 바둑기사가 두통약, 수면제 달고 살더라고요.
◆ 이세돌> (제가 그런 프로기사도) 알기는 알거든요. 알기는 아는데, 대부분의 프로기사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 김현정> 제가 그 장면을 보면서 참 바둑이라는 게 참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던데. 진짜 그런가요?
◆ 이세돌> 그렇죠. 어쨌든 자기가 1:1로 둬서 여러 명이 하는 것도 아니고 둘이서 지고 이기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일단 다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누구한테 전가할 수도 없는 거고요, 그 책임을.
◇ 김현정> 혼자 다 짊어지는.
◆ 이세돌>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요. 고독하다고까지는 사실 잘 모르겠고요.
◇ 김현정> 스트레스 많이 받는.
◆ 이세돌> 자기가 확실하게 (책임을) 100% 진다라는 게 사실 굉장한 스트레스거든요.
◇ 김현정> 그 스트레스는 이세돌 9단은 어떻게 푸세요?
◆ 이세돌> 결론은 딱 하나 같습니다. 바둑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둑으로 뭔가, 져서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이겨서 뭔가 좀 엔돌핀을 좀 돌게 해서 그걸 극복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 김현정> 결국은 바둑으로 시작해서 바둑으로 끝나는 거네요.
◆ 이세돌> 그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최소한.
◇ 김현정> 사실은 조금 아픈 얘기, 지난해 말에 몽백합배 결승전에서 중국의 신성으로 불리는 20살이죠. 이세돌 9단보다 14살 어린 커제 9단한테 접전 끝에 정말 아쉽게 패했어요. 팬들이 아쉬워하고 놀라고 그랬는데. 어땠어요, 이세돌 9단은?
◆ 이세돌> 굉장히 아쉬웠죠. 굉장히 아쉬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것이 물론 진 건 굉장히 아쉽고 정말 아프지만 근래 들어서 조금 뭐랄까. 목표의식 혹은 바둑을 대하는 자세, 이런 것들이 사실은 예전과는 달라졌었어요. 예전에 뭔가 치열한 그 승부욕이라든지, 치열한 승부욕이라든지 그런 부분들이 좀 부족해졌다, 이렇게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대국에 임하면서 그런 부분도 좀 보완이 된 것 같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긴장되는 바둑을 두면서 좀 뭐랄까. 희열? 굉장히 그런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물론 정말 아쉽지만 얻은 것도 굉장히 많은 대국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김현정> 졌지만 이겼네요, 지금 얘기 들어보니까. (웃음)
◆ 이세돌> (웃음) 앞으로 이겨야죠.
◇ 김현정> 지금 목표도 새로 생기게 되고 오히려 나를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하셨는데. 커제하고 반드시 다시 해서 이기셔야 겠는데요.
◆ 이세돌> 가까운 시일 내에 한 번 붙어야죠.
◇ 김현정> 붙으면 이번에는 자신 있으십니까?
◆ 이세돌> 언제나 자신 있다고 이기는 거 아니고 자신 없어서 지는 건 아닌데요. 어찌됐든 이번 승부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기대하겠습니다. 저는 그런데 커제와, 어린 커제하고의 승부 보면서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예전의 그 이창호 9단이 한참 어린 이세돌 9단한테 첫 패 했을 때, 혹시 그 심정을 이세돌 9단, 30대 중반이 된 이세돌 9단도 조금 이해할 것 같다는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웃음) 어떠셨어요?
◆ 이세돌>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사실 저도 이창호 9단님께 이기고 난 다음에 계속해서 혼이 났거든요, 사실은.
◇ 김현정> 혼이 났어요?
◆ 이세돌> 이기고 나서 사실은 어린 마음에 계속 이길 것 같은 그런 생각이 계속 들 수밖에 없잖아요, 어린 마음에. 그런데 다음에도 그렇고 다다음에도 그렇고. 바둑으로 혼이 났었죠.
◇ 김현정> 그 얘기예요. 바둑이 이세돌 9단에게는 뭡니까?
◆ 이세돌> 바둑은 제 인생에 대부분이 될 수도 있고요.
◇ 김현정> 그럼 바둑 아닌 다른 건 뭡니까? 이세돌 9단한테, 도전해 보고 싶은 것.
◆ 이세돌> 글쎄요.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아직 결정한 바는 없고요. 어쨌든 바둑을 둬봤으니까 승부수를 한 번 날려보겠죠, 다른 분야에서도. (웃음)
◇ 김현정> 다른 분야에서도. 고맙습니다. (웃음) 참 보면 이세돌 9단은 바둑이라는 인생과 바둑이라는 운명과 싸우는 게 아니고 즐기면서 바둑을 대하고 있다 이런 느낌이 항상 강하게 들어요.
◆ 이세돌> (웃음)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 김현정> 쭉 오래 즐기면서 바둑계를 지켜주시기를 바라고. 일단 3월에 ‘알파고’와의 대국. 응원하겠습니다.
◆ 이세돌>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 이세돌> 예.
◇ 김현정> 이세돌 9단이었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