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아파트에서는 입주가 시작되며 실제로 교통사고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지만, 경찰 등 관계 기관은 관리에 손을 놓고 있어 시민 안전이 위협받는 모습이다.
◇ 대형 화물차, 신호등 없는 교차로 질주 '아찔'…사망사고 발생하기도
2km가량 곧게 뻗은 왕복 8차선의 대로를 짐이 가득 실린 한 대형 화물차가 쏜살같이 달린다.
이어진 3개의 교차로에는 크고 작은 차들이 대기 중이지만 신호기는 하나같이 노란색으로 깜빡이기만 한다.
대기 중이던 한 1t 트럭은 대형차량이 지나가자마자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다.
또 다른 도로에서는 건설현장 직원으로 보이는 3~4명이 왕복 8차선 도로를 느린 걸음으로 건너고, 일부 직원은 도로 한가운데 멈춰서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개발이 한창인 명지국제신도시를 관통하는 대로가 제대로 된 신호체계나 단속 장비 하나 없어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
특히 2만여 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안팎으로 대형 트럭을 포함한 각종 공사 차들이 쉴새 없이 드나들지만, 10여 개의 교차로 가운데 신호가 작동하는 곳은 단 한 군데 뿐이었다.
게다가 도로가 곧게 뻗어 있어 공사 차량은 물론 일반 차들도 과속을 일삼지만, 단속 카메라는 커녕 과속 방지턱도 없는 상황이다.
이곳 건설 현장에 근무했다는 한 시민은 "차들이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빠른 속도로 달리지만, 신호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아찔한 순간이 수 차례 있었다"라며 "교차로나 공사 현장을 오가는 차 간의 크고 작은 사고도 여러 번 목격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22일 이곳에서는 대형 레미콘 차량과 소형 승용차가 충돌해 한 7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사고가 난 현장은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 근처라 유일하게 신호기가 작동하는 사거리였지만, 대형 차량은 이 신호마저도 무시한 채 교차로를 지나다가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밖에도 지난해 이곳에서 일어난 인명피해 사고는 6건에 이른다.
◇ 아파트 입주 시작하며 교통량 급증 예상…일부 도로 사용 개시에도 경찰은 "단속 권한 없다"
이미 지난해 5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한 아파트는 이미 입주율 7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까지 모두 3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가 시작돼 1천600여 세대가 입주를 끝냈다.
올해 말 1단계 준공이 끝날 때까지는 모두 5만여 명이 넘는 주민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미 시민들을 태운 버스가 운행하는가 하면 어린이 보호용 황색 승합차도 공사 현장 일대를 다니는 등 일반 차량도 드나들고 있었다.
이처럼 해당 지역에 주민 입주가 본격화하고 일반 차량 운행이 증가하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산시는 최근 입주가 한창인 일부 도로에 대한 사용개시 결정을 내리는 등 순차적인 관리 이관 작업을 시작했다.
LH의 한 관계자는 "부산시가 지난 27일 명지국제로에 대한 도로사용 개시 결정을 내려 앞으로 해당 도로는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는다"라며 "행정적인 관리 이관의 경우 절차상 1~2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미 사용개시 결정이 난 만큼 일반 도로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속 책임이 있는 경찰은 이 같은 결정도 모른 채 해당 지역이 LH 소유의 도로이기 때문에 단속 권한이 없다는 논리만 반복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해당 도로의 관리가 행정기관으로 옮겨지고 난 뒤에야 과속 방지 시설을 설치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라며 "현재까지 도로사용을 개시했다는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행정 당국으로부터 도로사용 개시 결정이 난다 해도 곧바로 단속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지역의 민원이나 예산 등 상황을 종합해 설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관계기관의 무관심과 엇박자 행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당 지역의 입주민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또 다른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