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가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부사장은 "알파고가 이길 가능성은 50대 50"이라고 자신했다.
28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런던간 화상브리핑에서 데미스 부사장은 "전설같은 존재인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도전을 받아줘서 매우 고맙다"며 "이번 대결은 알파고의 알고리즘과 딥러닝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사물을 구분하는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것이다.
친숙한 인공지능 모델로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R2D2나 '인터스텔라'의 로봇 타스, '아이언맨'의 자비스 등이 있다. 이들은 위기에 처하거나 최선의 결정이 요구될 때마다 스스로 방법을 모색해 최적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런데 왜 하필 구글은 바둑을 택했을까. "바둑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복잡한 게임으로, 경우의 수가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 수보다 많다"는 게 알파고의 탄생 배경이다.
그동안 컴퓨터가 체스에 도전한 적은 있다. 1997년 IBM의 '딥 블루'는 인간과 벌인 체스 대결에서 연승을 거두며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도 앴다.
그러나 바둑은 인공지능 영역에서 컴퓨터가 도전불가능한 '미개척영역'으로 남아있었다. 예를 들어 체스에서는 왕, 왕비, 기사 등 말마다 움직임이 정해져있다. 하지만 바둑은 모두 똑같은 크기의 돌로만 승부를 한다.
또 19x19 바둑판에서 펼쳐지는 바둑은 8x8 크기의 체스판보다 2배 이상 탐색 범위가 넓다. 체스에서 한 수를 뒀을 때 예측 가능한 다음 수는 20수 내외다. 반면 바둑의 한 수 뒤에는 체스의 10배인 200수 이상의 경우의 수가 나온다.
데미스 부사장은 "바둑은 체스와 비교할 때 경우의 수가 10의 100제곱 이상 많아 컴퓨팅화 하기 어려운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바둑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알파고'에는 프로 바둑기사가 실제로 둔 3000만건의 대국 기보가 알고리즘로 입력됐다. 그런 다음 4주 연속 단 1초도 쉬지 않고 알파고는 학습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이비드 실드는 "알파고가 바둑을 학습한 시간을 인간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000년의 세월"이라고 설명했다.
알파고와 바둑기사의 대결은 처음이 아니다. 알파고는 앞서 유럽 바둑대회를 3번 재패한 중국계 바둑기사 판 후이 2단과 다섯 번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하마시스 부사장은 "판후이 선수를 꺾고 더 큰 도전을 하게 됐다"며 "이세돌 9단에게 패한다면 재도전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밝힌 이번 대결의 궁극적인 목적은 '현실 세계 문제 적용'이다. 알파고에 사용된 방법이 모두 범용성을 갖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나 복잡한 질환 분석, 진단과 치료 등 사회 난제 해결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세돌 9단 "인간 프로기사에게 대등하게 도전하는 컴퓨터와 대국하게 돼 영광"이라며 "결과에 관계없이 바둑 역사에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