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토론이 안 될 때는 다수결로 하자는 것이다. 나중에 여당이 선거에서 심판 받는 거지."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
28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등 사이 권한쟁의 심판청구' 사건의 공개 변론에서 오고 간 질문과 답변이다.
◇ 새누리 "토론 안되면 다수결…상임위제 결함" VS 김이수 "지나치게 나간 것 같다"
청구인인 새누리당 의원 19명을 대표해 나선 주호영 의원은 "(법안 통과가) 안 될 때는 다수결로 하라는 게 중요한 원리"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도 "5분의 3 이상 찬성하지 않으면 법안을 처리할 수 없는 구조다. 이래서는 선거에서 다수당이 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도 말했다.
"다수당의 뜻에 따라 (법안 처리가) 안 되는 것은 책임 정치를 할 수 없는 것이고, 국민들은 책임을 물을 곳이 없는 거다. 오히려 국민 주권이 약화된다"는 말도 권 의원은 꺼냈다.
청구인 측은 "국회 상임위가 헌법적 정의를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폈다. '상임위 중심주의'의 반대편에 선 의견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청구인 측 손교명 변호사는 "여야가 151명 대 149명이고, 위원회가 하나밖에 없는 경우 언제든 다수당의 의사대로 할 수 있다"며 "위원회를 10개~20개 만들면서 상임위 제도가 헌법적 정의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김 재판관은 "상임위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냐. 지나치게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 의원은 "151석이면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어야 하는데, 상임위가 효용은 있지만 치명적 결함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 재판관이 "상임위는 의안처리의 효율성, 전문성, 신속성을 위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묻자, 이번에는 권 의원이 "헌법에는 상임위라는 말이 없다. 최종의사결정이 본회의면 본회의 중심주의라고 본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야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래서 식물정권이 되고, 식물국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피청구인인 국회의장을 대리해 대심판정에 자리한 김근재 변호사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나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거부는 "국회법 85조 1항을 준수한 것이어서 위헌 결정 등으로 효력이 상실하지 않는 이상 불가피하고 적법한 행위였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측은 "20대 국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늦어도 19대 국회 임기 안에 헌재가 신속히 결론을 내려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국회법 85조 1항은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당은 2014년 12월 국회의장에게 북한인권법 등의 직권상정을 요청했지만, 국회의장은 국회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지난해 말에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법률안에 대한 직권상정 요청을 국회의장은 같은 이유로 거부했었다.
청구인들은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에게 일종의 '부의요구권'이 있는데 이를 침해당했다고 공개변론에서 주장했다.
또 "무조건적인 합의를 강요해 자유로운 토론과 질의를 전제로 하는 의회주의 원리 및 헌법 49조의 다수결 원리에 반해 위헌"이라며 "심의·표결권을 침해 당했다"고 했다.
청구인들은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을 가결 선포한 국회의장의 행위에 대해서도 "무효라고 확인해 달라"는 내용까지 청구취지에 추가했다.
이에 맞서 보조참가인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 측 조상미 변호사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의 제한일 뿐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제한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지난해 1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같은 당 소속인 기재위원장은 국회법 85조의 2항에 따라 과반수가 서명하지 않아 표결을 실시할 수 없다고 한 행위도 쟁점이다.
국회법 85조의 2항은 재적 과반수의 서명에 이어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다.
이번 사건의 경우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표결도 못한 채 그 전 요구 단계에서 과반의 서명을 받지 못한 것이지 않느냐는 취지의 김 재판관의 질문이 있자 주 의원도 "동의한다"고는 했다.
주 의원은 다만, "국회법에 따른 신속처리안건 요건을 갖추지 못해 수 개월에서 몇 년 째 묵혀있어 심리를 진행하지 않은 것도 권리 침해"라고 주장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왜 과반이나 3분의 2가 아닌 5분의 3이냐'는 질문에 주 의원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19대 총선 전에는 당시 한나라당이 질 것으로 봤고, 총선에 이긴 뒤 합의 이행을 위해 적절한 비율을 찾다 보니 5분의 3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다수결 원리 반해" VS "폭력국회 재연 우려"
청구인 측 참고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에 의해 도입돼 이를 해결할 일차적 책임 역시 국회에 있다"면서도 "긴급하고 중대한 사안이 국회가 해결하지 못해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며 헌재의 판단을 촉구했다.
장 교수는 또 "'교섭단체 합의' 조항은 직권상정이 아닌 정상적인 의사절차를 밟을 수 있어 의미가 없고,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는 국회의장이 오남용할 수 있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다수결은 사실상 모든 의안에 적용될 수 있어 다수결 원리에 반하고, 투표의 등가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맞서 직권으로 선정된 피청구인측 참고인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 이유는 우리 헌정사에 얼룩진 국회폭력을 근절하려는 것으로 일방적 법안처리('날치기')와 몸싸움이 아닌 설득과 대화를 통해 비폭력적으로 운영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그러면서 "헌법 49조에서는 헌법 또는 법률에 '가중정족수'를 규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신속처리안건지정에 재적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정족수를 둔 것이 다수결의 원리에 반해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홍 교수는 "직권상정 요건이 완화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현실화되면, 국회폭력이 재연될 것이 분명하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