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족+마니아+청불…韓 영화계 지배할 新 키워드들

CGV 목동 영화관의 풍경.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2015년에 비춰 본 2016년을 이끌어 갈 한국 영화 산업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CJ CGV(이하 CGV)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CGV 영등포에서 '2016 상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을 열고 지난해 영화 시장과 관객 트렌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CGV 측은 "500만 이상 영화들이 2014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비수기에도 '검은 사제들', '내부자들' 등이 성공하고 지속적으로 점유율 50%를 유지하면서 한국 영화 시장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여전히 공식은 남아있다. 비수기에는 외화, 성수기에는 방화(한국 영화)가 흥행하고, 그 중심에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있다. 2016년에도 이 같은 개봉 공식은 이어진다.

그러나 '검은 사제들', '내부자들' 등의 영화들이 콘텐츠만 좋다면 비수기에도 한국 영화가 흥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 관람불가(이하 청불) 영화와 재개봉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청불 영화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20대 관객들이 열광하면 30대 관객들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모든 세대가 관람 가능한 천만 영화를 뛰어넘는 재관람이 이뤄져야 한다.


이 관계자는 "올해 '킹스맨', '내부자들' 등 600만 관객을 돌파한 청불 영화가 두 작품이나 나왔다. 보통 가족 관객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청불 영화 흥행을 최대 400만 관객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청불 영화 천만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터널 선샤인', '러브 액츄얼리' 등 로맨스 재개봉 영화들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장르 다양성 부족에 따른 결과로 판단했다.

CGV 측은 "멜로물이 상위에 올라가 있는 것은 현재 멜로물이 실종된 극장가와도 무관하지 않다. 재개봉 멜로 영화들이 성공하는 것은 여전히 이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층들이 존재하고, 여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재개봉 영화들이 다양성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청불'과 '다양성' 영화 흥행 이끄는 주역들

영화관을 찾는 나홀로족과 슈퍼 얼리버드 관객들은 이 같은 현상을 선도하는 주체들이다.

CGV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도에 처음 1인 영화 관객이 전체 관객수의 10%를 돌파했고, 이들은 대체로 20대 여성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관객들과 다르게 '나홀로 관객'들은 영화에 좀 더 제대로 집중하기 위해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오전 시간대에 영화관을 방문한다.

아직 혼자 영화관에 오는 문화가 어색한 상황에서 이들은 얼마든지 혼자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망설이던 또 다른 '나홀로 관객'들을 끌어 모은다.

특히 청불 영화의 경우, 가족 단위 관객들이 관람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나홀로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어야 흥행할 수 있다. 청불 영화를 가장 선호하는 관객들은 오히려 젊은 남성 관객들이 아닌 20대 여성들이다.

주로 블록버스터 영화 예매에 열광하는 '아이맥스 마니아'들은 다양성 영화의 또 다른 주 관객층이다. 이들은 대체로 30대 남성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2주 전부터 개봉 예정 영화들을 사전 예매하는 이들은 대중적으로 성공한 다양성 영화들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빠르게 예매한다. 결국 영화에 관심이 높은 관객층은 블록버스터와 다양성 영화 모두를 섭렵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청불 영화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가벼워지고 있지만 5년 간 두 배 가량 증가한 편수에 비해 관객 수는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2015년 제작된 청불 영화의 86%가 극장에서 천 명 미만 관객들과 만났다. 청불 영화처럼, 한국 영화 시장도 정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CGV 측은 "청불 영화는 부가 판권 시장을 노리고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체 영화 시장을 보면 상영편수가 늘어난 것에 비해 관객 수는 큰 폭으로 늘지 않았다. 분명히 정체 현상은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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