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국부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차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수유동 국립 4·19 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국부에 대한 정의가 나라를 세운 사람을 그렇게 흔히 얘기한다"며 "나라를 세우신 측면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과를 나쁘게 만들었기 때문에…"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불미스럽게 퇴진해서 외국까지 망명생활을 해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현실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항거한 4.19혁명에 대해선 "내 나이가 대학교 3학년 정도 됐을 시기에 4·.19가 발생했다"며 "그 때 학생들의 엄청난 부정선거 규탄을 하기 위한 민주주의 욕구라는 것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오늘날과 같은 그 날을 가져올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 와서 보니까 감회가 새로운 것같다"고 밝혔다.
그는 방명록에 "4·19 정신 받들어 더많은 민주주의 이룩하겠습니다"라고 썼다.
◇ 조부 김병로 선생, 반민특위 해산 등 놓고 이승만과 마찰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정치적 계산과 함께 개인 가족사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승만 정권에서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조부 김병로는 이승만 정권의 압력에 항거하면서 크고작은 마찰을 빚었을 뿐더러 사퇴압력까지 받았야만 했기 때문이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특별재판부 재판장을 맡았던 김 전 대법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친일파를 옹호하며 반민특위를 해산하자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당시 이승만 정권에서 일으킨 반민특위 습격사건에 대해 "사법기관에서는 추호도 용서없이 법대로 판단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뿐만 아니다. 대법원장 재임 9년 동안에도 이승만 정권과 줄곧 대립각을 세웠다. 김 전 대법원장은 1950년 '국회 프락치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원 13명에 대해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내려 이 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국회 프락치 사건은 북진통일만을 주장했던 이승만 정권이 평화·자주통일을 주장한 김약수 의원 등 13명을 '남로당 공작원과 접촉, 정국을 혼란시키려 했다'며 잡아들인 사건이다.
1952년 부산 정치 파동 직후에는 대법관들에게 "폭군적인 집권자가, 마치 정당한 법에 의거한 행동인 것처럼 형식을 취해 입법기관을 강요하거나 국민의 의사에 따르는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은 민주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부산 정치파동은 이 전 대통령이 독재정권 기반을 굳히기 위해 6.25전쟁 중에 임시 수도인 부산에서 강제로 국회의원을 연행하고 구속한 사건이다.
이 전 대통령은 수술을 받고 병석에 있던 김 전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지팡이에 기댄 채 등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1956년 국회연설에서 "우리나라 법관들은 세계의 유례가 없는 권리를 행사한다"라고 사법부를 비판하자 "이의가 있으면 항소하라"며 맞대응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 "박정희는 산업화 성공적으로 이끌어" 긍정 평가
반면, 김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박 전 대통령도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러고 저러고 말이 많지만 그 분이 오늘날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만큼은 누구도 부인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적으로 국민건강보험 도입을 예로 들었다.
김 위원장은 "1977년 7월1일부터 도입된 국민건강보험 작업을 내가 해서 보고를 드리고 관철했다"며 "그 때 아무도 이해를 하려하지 않는데 오로지 그것을 실시해야만 되겠다는 결심을 하신 분이 박 전 대통령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니까 그걸로 인해서 오늘날 참 건강보험이 확대되고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사는 건강보험 제도가 이룩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러고 저러고 말이 있고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얘기되는 바람에, 그런 측면에서 장점도 있었던 분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는 중도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에선 경제학자 출신인 김 위원장의 실용주의적인 관점을 드러낸 평가라는 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