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3일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후끈 달아오르는 가운데 굵직한 스포츠 스타들까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여자 탁구 '사라예보의 기적'을 일으켰던 이에리사 의원(52)과 '태권 스타' 문대성 의원(40) 등 현역 정치인에 이어 3전4기를 노리는 '씨름 황제' 이만기 인제대 교수(53)가 총선에 뛰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박찬호와 장미란, 김연아까지 정치 입문설이 나돈 상황이다. 불세출의 스타로 다져온 탄탄한 대중적 인지도 때문에 여야 모두 군침을 내는 인재들이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해 적잖은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라 스포츠 스타들은 대중에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김연아를 바둑 황제 조훈현 9단(63)과 함께 영입할 움직임이 포착됐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직접 영입을 추진한 가운데 조 9단은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연아는 전혀 뜻이 없는 상황이다.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 측은 김연아의 정치 입문과 새누리당 입당설에 대해 "완전히 금시초문"이라고 휘갑을 쳤다.
김연아는 여건이 된다면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탁구 스타 유승민(34) 삼성생명 코치가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되지 못하면 김연아에게 기회가 돌아올 수 있다.
박찬호 역시 마찬가지다. 매니지먼트사인 팀61 측도 "박찬호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서 국내외 프로야구 구단들의 스프링캠프를 돌고 있다"면서 "정치 입문과 총선 출마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앞선 2명보다 정치적 활동이 없지 않아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유승민 코치에 밀려 IOC 선수위원 최종 후보에서 아쉽게 밀린 장미란은 그동안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광복 70주년 기념사업회 위원을 역임했다.
거듭된 소문에 본인도 지친 기색이다. 장미란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나도 모르는 일인데 주위에서 정치 관련 방송을 보고 알려준다"고 귀띔하면서 "특히 최근 총선설과 관련해 사실 여부를 묻는 전화가 너무 많이 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스포츠 스타들의 총선 출마설은 역설적으로 기존 정치인들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한국 정치의 한 단면이다. 워낙 국민들의 불신이 높은 만큼 깨끗한 이미지의 스포츠인들을 영입해 의원수를 늘리려는 각 당들의 꼼수라는 지적이 적잖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포츠 스타들도 체육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연 제 20대 총선에서 스포츠 인사들이 이른바 '금배지'를 달 수 있을지, 또 한국 정치와 스포츠에 어떤 변혁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