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공천권 다툼이 한창인 상황에서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 퇴임 후 국회로 돌아오면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됐던 바다.
실제 행동에 나선 최 의원은 고향인 대구·경북(TK)의 ‘물갈이’ 기조부터 거들고 나섰다. 타깃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과 그의 측근들로 보인다.
◇ "강원·충청보다 못한 대구 현역"
최 의원은 대구 지역 현역 의원들에 대한 비판 발언으로 국회 복귀를 신고했다.
그는 지난 25일 TK 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지역민 80%의 지지로 박 대통령을 뽑았으면 '잘 보좌해 성공시키라'는 미션을 준 건데 대선 불복 등 야당 공격으로 정부가 힘들 때도 TK 의원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를 포함해 유승민 의원까지 이제라도 반성해야 한다. 국정운영 뒷받침을 못한 반성이 없었기 때문에 이 상황(물갈이론)까지 온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 의원이 발언이 전해지자 당 안팎에서는 대구 지역 현역 의원들을 타 지역 의원들과 비교해 서운함을 피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강원(권성동·김진태)과 충청(김태흠·이장우) 지역의 ‘2 브라더’가 각각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국회법 파동 당시 박근혜정부를 엄호했던 데 비해 동향인 대구 현역들이 오히려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TK 물갈이론’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최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선 유망한 인재를 영입해야 하는데, 이들에게까지 경선을 하라고 하면 누가 오겠느냐”고도 했다.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략공천은 현역의원 컷오프(예비심사에 의한 낙천)가 선행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물갈이 의중을 드러낸 것과 같다.
◇ "이한구 카드는 유승민 죽이기 2탄"
청와대와 친박계가 공천관리위원장으로 강하게 밀고 있는 이한구 의원(4선·대구 수성갑) 카드 역시 물갈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비박계 재선 의원은 27일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이 의원은 절대 안 된다”며 “완장을 채워주면 사고를 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평소 전략공천을 주장하던 인사인데 불출마라는 명분까지 주워져 있어 마구 ‘칼질’을 해댈 것이란 우려다.
특히 유 의원의 측근 의원들 사이에선 이 의원과 유 의원의 불편한 관계가 회자되고 있다.
공군(K2)비행장 이전이 대구 전체의 숙원사업이던 2012년 유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으려 했지만, 원내대표였던 이 의원이 지역과 무관한 황진하 의원(3선·경기 파주을)을 지지했을 만큼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이한구 카드’는 국회법 파동에 이은 유승민 찍어내기 ‘시즌2’”라고 지적했다.
불편한 관계의 배경에 친박계의 유승민 찍어내기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도 “내가 친박계를 만들었는데 나중엔 나를 비박계라고 몰아세웠다”고 했을 정도로 친박계 내부에 배제의 정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박계는 ‘배제의 정치’ 배후에 최 의원이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의 레임덕 이후 TK의 새 맹주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20대 공천과정에서 미리 힘을 빼놓는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