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의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인 '시럽 월렛(Syrub Wallet)'이 기존 가입자들의 앱 업데이트 시, 위치정보제공에 동의해야만 앱을 쓸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꾸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전에는 멤버십 카드 할인과 적립, 쿠폰 제공 등 단순 서비스 이용시에는 위치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고도 쓸 수 있었는데, 소비자 선택권을 없앤 것이다. SK플래닛 측은 "고객에게 위치정보를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와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럽월렛은 지갑을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블루투스, GPS 등을 바탕으로 고객의 주변 매장 등을 파악, 멤버십 카드 할인과 적립, 해당 매장에서의 쿠폰 등 각종 이벤트 정보에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위치기반서비스다. 시럽월렛 가입자 수는 현재 1500만명에 달한다.
SK플래닛은 지난 7월 '2미터 이내 정확한 실내 측위가 가능한 실내위치정보기술 인도어아틀라스(IndoorAtlas)에 약 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시럽'을 중심으로 위치정보 기술을 품고 위치인식 모바일 검색, 위치기반 광고 등 다양한 O2O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다.
그러나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싶지 않은' 가입자들의 불만은 솟구치고 있다. 이들은 앱을 삭제하거나 비슷한 타사 앱으로 갈아타는 추세다. 대학원생 박모(28) 씨는 "내가 가진 카드의 할인 정보나 적립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계속 쓰려면 위치정보제공에 동의하라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고 강제적"이라면서 "주변 쿠폰 혜택, 매장 정보는 필요도 없는데 선택권도 주지 않는 게 너무 아쉽다"며 지우기 버튼을 눌렀다.
◇ 앱 업데이트 하라더니, 위치정보 동의 안하면 '앱 종료' 베짱 마케팅 '논란'
이같은 고객 불만에 대한 시럽월렛 운영담당자 답변은 가입자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다.
앱스토어 시럽 다운로드 페이지에 불만글이 올라오자 시럽월렛 측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치정보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본 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위치 기반 서비스 이용약관 동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똑같은 해명 글을 복사, 갖다 붙이기로 일관했다.
게다가 "동의하지 않으면 앱을 종료한다"는 '배짱 마케팅'에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위치정보 동의 없이도 잘 써왔던 서비스들이 있는데, "방통위 법률에 따라 동의하지 않으면 앱을 사용이 불가하다"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정보 수집의 근본 원인을 법률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럽월렛 후기 게시판에는 "국정원인가, 내 위치 보고받게, 동의 안하면 앱 종료한다는 업데이트는 어이없다", "위치정보제공 필수 이 방침 바뀌면 어디 대대적으로 공지 좀 해달라. 그 때 재사용하겠다", "위치정보기반 매장혜택이니 원하는 사람한테만 하면 될 것이지 대체 어플도 많은데 무슨 베짱인지 모르겠다"면서 면서 "앱을 더이상 쓰지 않겠다, 삭제하겠다"는 글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SK플래닛 측은 "지금까지 서비스가 필요한 카드 혜택 등을 고객이 직접 찾아 썼다면 이제는 고객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카드와 각종 정보를 직접 노출시켜주려는 것이 시럽 월렛의 핵심 가치"라면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고객의 정보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치정보 수집에 동의하면 시럽 월렛의 블루투스와 비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의 특정 매장 방문여부를 식별할 수 있다. 고객이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각종 할인, 적립 등 이벤트 정보가 스마트폰에 속속 도착하는 것이다.
이같은 신규 서비스로 SK플래닛은 지난해 5월말부터 신규가입자에게는 위치정보제공에 동의를 해야만 앱을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처음부터 이를 알고 쓰는 신규가입자들은 위치정보제공 동의가 '선택'이었을지언정, 기존 가입자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위치정보 안 줄거면 기존 서비스도 쓰지 마"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듣게 된 것이다.
SK플래닛 측은 "위치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거나 위치기반 신규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은 고객들은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전 버전을 그대로 쓸 수 있다"면서 "안드로이드폰 경우는 업데이트 부분만 제외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안내나 공지는 찾아볼 수 없다. 가입자는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업데이트' 화면이 뜨면, '확인'을 누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 사항이 전무한 것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그제서야 "담당부서에서 해당 내용을 노출시켜 안내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