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항공사는 기내서비스 등에서 비용을 줄여, 항공권을 보다 저렴하게 내놓는다. 그러나 안전 문제나 비상상황에 대한 대처에서 대형 항공사와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초유의 제주공항 마비 사태에서는 2만원도 안 되는 항공요금의 차이가 엄청난 간극을 만들어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항공사들은 승객들에게 전산으로 다음 운항편을 자동 배치하고 운행계획도 미리 문자로 발송했지만, 저비용 항공사들은 현장에서 대기표를 나눠줬고 이 과정에서 대기 승객들은 공항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노숙생활을 해야만 했다.
대기표 구하기 전쟁을 벌인 끝에 26일 새벽 김포공항에 도착한 한 40대 승객은 "저가항공사는 체계가 없어서 공항에 갇혔다"고 말했다. 대기표를 나눠준다고 기다리게 하는 통에 숙소를 잡지도 못하고, 뒤늦게 숙소를 구하려하니 숙소가 꽉 차서 오갈데도 없고 막막하게 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저비용 항공사 관계자는 "저가 항공사들이 출범 때부터 비용을 절약하다보니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이 미흡했다고 본다"고 문제를 짚어내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국적 대형항공사들은 그동안 결항 사태를 겪으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어서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지만, 저가 항공사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비슷한 취지의 분석을 내놨다.
항공사 운영의 경험, 그리고 전산시스템의 차이가 이런 상반된 풍경을 낳았다는 것이다.
국내 5개 저비용 항공사는 2014년 국내선 승객점유율이 대형 항공사를 추월해 50%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는 점유율이 56.3%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에어서울이 저비용 항공 시장에 뛰어들면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국내선 점유율은 6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저가 항공의 국제선 승객 분담율도 지난해 16.2%로, 1년 만에 여객수가 50% 이상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처럼 저비용 항공사의 눈부신 성장만큼이나 그 책임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발생한 안전 문제와 이번 제주공항 마비사태로 나타난 부실 대응은 이런 책임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단지 저가라는 이유만으로 승객은 어디까지 불안과 불편을 감수해야 할까. 이번 제주공항 마비 사태를 계기로 안전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뒷전인 채 몸집 불리기에만 주력해온 저비용 항공사들에게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