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강압정치'에 누리파행 다시 장기화 조짐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서울시 의회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의원 총회를 열고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개월분을 우선 편성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기자회견마저 취소했다. 기자회견에는 서울시 의회 박래학 의장, 신원철 더민주 대표위원, 김문수 교육위원장, 신언근 예결위원장이 참석해 의총 결과를 발표하고 향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편성 의사일정을 안내할 예정이었다.

의총에서는 김 위원장이 유치원 예산 2개월을 우선 편성하는 안을 제안했고, 더민주당 소속 의원 50여명은 오전 11시부터 2시간 넘게 격론을 벌였다.

의총에서는 정부가 잘못된 정보로 국민들을 오도하며,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유치원 예산을 편성하면 국민들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교육위원장은 "아무런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고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매일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대로 응할 수는 없다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주지도 않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고 교육감들을 비난하는가 하면, 아예 시도교육청이 부담을 지도록 법까지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10월 배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41조원에 누리과정 예산이 포함돼 있다는 논리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박 대통령은 "(시도교육감들이) 받을 돈은 다 받고 써야 할 돈은 쓰지 않고 있는 셈"이라며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유치원까지 볼모로 잡고 두 지역의 55만명에 달하는 아이와 부모를 위해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제왕적 통치자 입장에서 누리과정을 보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초중고 의무교육 등에 투입되는 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로 고정돼 있는데, 올해치인 41조원은 지난 2013년과 같은 수준일 뿐 누리과정 예산이 따로 반영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또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누리과정 사태 해결을 총선 공약으로 요구해, 답변을 받은 뒤 논의하자는 의견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의회는 야당인 더민주당이 전체 의석의 70%를 차지하고 있어서, 이날 의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본회의 처리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더민주당은 다음달 2일 의총을 다시 열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사태해결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어 2일 의총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수습될 것으로 관측됐던 보육대란이 다시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지역의 상당수 사립유치원들은 오는 25일 급여일을 이달 말로 미룬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서울시 유치원 예산 편성이 미뤄지자 허탈해하고 있다.

일단 사립유치원들은 27일 서울시 교육청에서 지급되는 2개월분 처우개선비로 교사들 급여를 지급할 예정이지만, 겨우 교사 1인당 한 달 급여의 절반 수준인 102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담임교사에게만 지급하게 돼 있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는 27일 서울시의회 의장단을 면담한 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만나 대책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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