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주민소환 불법서명 수사 중 서명부 폐기 방조…"직무유기"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 수사 중 서명부 전체 폐기

경남선관위가 불법서명 현장에서 압수한 증거물품(사진=경남선관위 제공)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서명부가 전량 폐기되면서 경찰과 선관위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이 홍준표 지사 측근이 연루되어 있는데다 3.15 부정선거와 맞먹는 중차대한 범죄행위로까지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도민들의 관심이 뜨겁기 때문에 더 큰 비판을 받고 있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불법허위조작서명 진상규명위원회는 26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와 경찰의 직무유기로 서명부가 폐기됐다"고 주장했다.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운동 기간은 당초 지난 12일까지였지만, 불법 서명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운동본부는 갑자기 중단을 선언했다.

운동본부는 51만 4천여명에 달하는 서명부를 내놓겠다는 뜻도 밝혔지만, 경찰과 선관위 어느 곳에서도 요청이 없자 서명운동 중단 열흘 만인 지난 22일 전량 폐기했다.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이 얼마만큼 불법적이고 광범위하게 조작됐는 지 확인할 기회를 날려버린 순간이다.


진상규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최호영 기자)
앞서 운동본부는 경남선관위에 서명부 제출 여부에 대해 문의했지만 "제출해도 되고 폐기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규명위는 "이것은 '우린 신경쓰지 않을테니 당신들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며 "선관위가 법 위반 혐의가 있어야 수거할 수 있다고 하는데,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서명부이고, 스스로 제출하겠다는데도 받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서명부 폐기 방조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찰 역시 서명부 폐기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시민사회는 아예 경찰의 수사 의지가 있는 지 의심의 눈초리마저 보내고 있다.

경남선관위는 지난 연말 불법서명 현장을 급습해 관련자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이번 허위서명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2만 4천여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주소록 등이 발견된 점을 볼 때 선관위도 작은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고 경찰에 알린 것이다.

실제 이번 불법 서명에 홍준표 지사의 선거운동을 도운 측근인 박치근 경남FC 대표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정도로 도 산하기관 또는 행정기관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경찰 역시 방대한 양의 주소록이 현장에서 발견된 만큼 폐기된 51만여명의 서명부에 허위 서명지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핵심 증거 물품인 서명부를 확보하지 않았다.

운동본부 측이 서명부를 주겠다고 밝혔는데도 불법 서명과 연관된 정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진상규명위원회 대표단이 경남경찰청을 항의 방문했다.(사진=최호영 기자)
경찰의 수사도 3주가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수사 상황에 대해 함구만 하고 있다.

진상규명위는 "도내 유권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를 바란다"며 "경찰은 그동안 진행된 압수수색과 수사 상황에 대한 중간 브리핑으로 도민의 궁금증에 대해 설명하고 수사 의지를 밝혀라"고 촉구했다.

진상규명위 공동대표단은 기자회견을 끝낸 직후 경남경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김주수 경남경찰청 수사과장은 이 자리에서 "허위 서명이 드러났기 때문에 51만명의 서명부에도 허위서명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만 가지고 강제 수사하기에는 법 이론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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