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학교'는 각기 다른 이유로 신비한 공간 '무림학교'에 모인 청춘들이 취업과 스펙 쌓기가 목적이 아닌, 정직, 신의, 생존, 희생, 소통, 관계 등 세상에 맞설 수 있는 덕목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는 청춘액션드라마다.
제작진은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혁신'을 외쳤다. 새로운 소재와 주제로 기존 KBS '학교' 시리즈와는 또 다른 청춘물을 만들어내겠다 포부를 밝힌 것.
당시 연출을 맡은 이소연 PD는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틀에 박힌 방식으로는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내긴 어렵다는 생각이었다. 기존 KBS '학교' 시리즈도 의식하지 않았다. 기존 다른 드라마가 생각나지 않는 혁신적인 작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꿈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무림학교'는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았다. 지나친 판타지적 설정과 오글거리는 대사, 일부 출연진의 부족한 연기력 등이 문제. 포털 사이트에는 "어린이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조롱 섞인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같은 혹평은 저조한 시청률로 이어졌다. '무림학교'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회 5.1%, 2회 4%, 3회 3.7%, 4회 4.4%였다. 지난 25일 밤 방송된 5회는 3.5%로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 시청률 부진에 각종 악재까지…'찬물' 끼얹어
가장 먼저 문제가 불거진 건 중국 화폐 소각 장면이다. 4회에서 윤시우(이현우)와 왕치앙(빅스 홍빈)이 추위를 피하고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불을 피운 뒤, 땔감이 부족해 중국 돈을 꺼내 태우는 장면이 전파를 탔는데, 이를 두고 중국 네티즌들 강한 불만을 표한 것.
'무림학교' 측은 논란이 증폭되자 "중국이나 중국 문화를 폄훼할 의도가 없었다. 두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빠르게 불을 피워야 하는 상황에서 왕치앙이 중국 돈을 꺼낸 것"이라고 해명하며, "재방송과 VOD 등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해외 수출을 위한 발 빠른 대처였으나 국내 네티즌들로부터 "지나친 중국 눈치 보기 아니냐"는 비난도 들어야 했다.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문제가 터져나왔다. 바로 제작중단과 조기종영설이다.
KBS가 시청률 부진 등을 이유로 20부작으로 기획된 '무림학교'를 16부로 줄이겠다고 제작사인 JS픽쳐스에 통보했고, 제작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작 중단을 KBS에 통보했다는 이야기가 지난 23일 흘러 나온 것.
다음날 '무림학교' 측이 25일 예정돼 있던 현장 공개 기자간담회을 돌연 취소하면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이에 '무림학교' 측은 "제작 중단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홍보사 블리스미디어 관계자는 "기자간담회는 세트장 난방시설이 동파돼 부득이하게 취소한 것"이라며 "내일(27일) '무림학교' 촬영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림학교'에 출연 중인 한 배우 기획사 관계자 역시 "KBS와 제작사로부터 촬영 중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KBS와 제작사간 마찰이 있었고, 조기종영을 논의 중인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KBS 관계자는 "권리 협상 과정에서 제작사와 약간의 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조기종영은 저조한 시청률 때문이 아닌 설 연휴 특집 편성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로, 현재 제작사와 횟수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위안거리도 있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25일 발표한 1월 2주 주간 콘텐츠파워지수(CPI)에 따르면 '무림학교'는 전체 4위에 올랐다. 묘한 중독성으로 탄탄한 마니아 시청층을 구축, '소셜 버즈'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덕분이다. '총제적 난국'에 빠진 '무림학교가 온라인상에서의 뜨거운 인기를 타고 향후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