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기억저장소'가 기획한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두번째 손님은 故김민지 학생의 아버지 김내근씨였습니다.
이제는 '민지아빠'라는 호칭이 더 익숙한 김씨는 "하루에 보통 4~5통을 민지랑 통화했는데, 사고 당일에는 왜 전화 연결이 안됐을까 아직도 그 이유가 궁금하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생존 학생 부모 얘기를 들으니까, 자기도 기술적으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전화연결이 됐고 '무조건 밖으로 나와라, 무조건 나와라'라고 얘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결국은 아이를 살렸다고... ..."
민지 시신이 뒤바뀐 일은 지금 생각해도 참 말이 안되는 것 같다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의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엠뷸런스가 오고 민지라고 하니까, 그 순간부터 한시간 가까이 진짜 많이 울었어요. 다들 그러셨겠지만. 그랬더니 이제 그만하시고 최종적으로 한번 확인을 하자고 하세요. 그래서 병원으로 들어가 지퍼백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딱 보니까 민지가 아닌거예요"
그쪽에서는 DNA검사도 했다고 하면서 민지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결국은 같은 반 다른 친구의 시신이었습니다.
결국 며칠이 지난후 우여곡절끝에 민지 시신을 인계받았지만, 민지의 손을 보고는 또다시 억장이 무너져내렸습니다. 민지의 열 손가락이 모두 새카맣게 멍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김내근 씨는 "개들이라고 죽고 싶었겠어요? 배 속에 잡히는 건 없지 아마 배 바닥이나 철판같은 벽면을 긁었을 것 같아요. 상상이 되잖아요 상상하고 싶지 않아도... ..."
배보상을 신청 안한 것에 대해 김씨는 "배보상 신청서를 보면 배보상을 받게되면 정부와 화해가 성립된다고 돼 있어요. 차후에 민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예나 지금이나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불편하지도 않아요. 밝혀진 게 없는데 어떻게 배보상을 받나요? 분명히 다 구할 수 있었는데, 왜 그런 노력을 안했는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민지아빠는 유가족들과 함께 지난해 5월에 축구단을 만들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니들은 공만 차냐'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축구단을 만든 이유를 듣고보니 이게 과연 욕먹을 일인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2년 가까이 긴 투쟁을 하면서 일단 유가족들의 건강이 거의 최악으로 치달아서 이렇게 갔다간 싸울 힘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축구를 하는 순간만큼은 전신을 옭죄는 트라우마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다 자칫 더 냉랭해질 수 있는 유가족끼리 축구를 통해 이해의 폭이 커지면서 자연스런 연대감이 생겨난다고 하네요. 이제 유가족들은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만들어주고 간 친구가 된 셈이지요. 끝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도와준 진도농민회 등과 축구 시합을 하면서 말이 아닌 몸으로 감사의 표시도 할 수 있고 축구경기가 즉석 간담회도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몸으로 말합니다. 지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뭐 세월호 유가족이면 져야되나요? 불러주세요 어디든지. 항상 콜입니다"
'416의 목소리' 방송은 매주 금요일 팟캐스트 포털서비스 ‘팟빵’, 416의 목소리 페이스북 페이지, 노컷뉴스 홈페이지 등에서 청취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가족의 소리를 기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