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윤형준 (제주도 주민)
◆ 윤형준>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SNS에 올리신 글이 어떤 거였는지 직접 좀 읽어주시겠어요?
‘저희 집은 공항과 차로 거리는 5분 거리이며 차가 없으면 걸어서 15분 거립니다. 저희 가족과 동생네 부모님 집을 전면 개방하오니 아직도 숙소를 구하지 못한 분들 계시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올렸죠.
◇ 김현정> 이걸 언제...
◆ 윤형준> ‘저희는 부모님 집에 머물면 됩니다.’ (웃음)
◇ 김현정> ‘저희는 부모님 집으로 가면 되니까 저희 집으로 오세요.’ (웃음) 이걸 언제 올리신 거예요?
◆ 윤형준> 그저께 저녁에 올렸죠. 24일 저녁에.
◇ 김현정> 아니, 원래 민박집을 하던 분이 아니신 거잖아요.
◆ 윤형준> 그런 건 전혀 없죠. 지금 같이 참여해주신 칠십여 분들 중에서도 그런 분 전혀 하나도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어떻게 이런 글을 제일 먼저 올리실 생각을 하셨어요, 윤형준 씨는?
◆ 윤형준> 그 뉴스를 봤을 때 너무 안타까웠고요. 갓난 아기부터 구십살 난 어르신들까지, 정말 차디찬 바닥에서 며칠 밤을 새는 것을 봤고요. 제주도민으로서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구나.’ 그렇게 해서 글을 올리고 나니까 연락이 많이 오던가요?
◆ 윤형준> 엄청 왔고요... 12시간 만에 수백 통은 받은 것 같아요.
◇ 김현정> 수백통이 왔어요?
◆ 윤형준> 밤을 샜죠, 거의.
◇ 김현정> 밤 8시쯤 올리셨다면서요? 그런데 수백 통이?
◆ 윤형준> 네. 다음 날 아침까지.
◇ 김현정> 어떤 사연들이 있었습니까?
◆ 윤형준> 노부모랑 여행 와서 고립된 사연들. 그리고 상갓집에 문상객이 열 분이 계셨어요. 온 친척이 왔는데, 친척이 고립되어가지고 큰 방이 필요한 경우들... 다양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연결된 분들 중에, 다 모실 수는 없는 거고. 어떤 선발기준으로 어떻게 뽑으셨어요?
◆ 윤형준> 가능한 이제 어린아이들과 이제 노부부가 있는 어르신들이 계신 가족들 위주로 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젊은 남자들 여행 온 케이스들은 좀 이렇게 많이 불이익을 받더라고요.
◇ 김현정> (웃음) 그렇죠.
◆ 윤형준> 대학교 1학년 9명이었는데, 이분들은 남자들이고 인원도 9명이다 보니까 민박집에서 받을 수가 없는 거예요, 일반 집에서. 이 경우는 함덕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무료로 돈 안 받을 테니까, 다 와라 해서, 무료로 가서 재워주고 식사도 제공해 주고 그런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케이스도 있고 지금 윤형준 씨 댁에는 그러면 몇 분이 머물고 계세요?
◆ 윤형준> 저희 집에는 이제 두 분이 머물고 있고요. 동생네 집은 거기는 통째로, 집을 비워줬기 때문에 한 18명이 묵고 있습니다.
◇ 김현정> 동생댁에 18분이나. 그러면 동생 분들은 어디 가 계세요?
◆ 윤형준> 다 부모님 집에서 숙박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웃음) 대단하십니다. 이분들이 숙박을 하면 전기도 쓰고 수도도 쓰고 이렇게 되니까 최소한의 숙박료는 받으셨겠죠?
◆ 윤형준> 아유, 그걸 받으면 안 되죠. (웃음) 지금 거의 제주도는 준전시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비용을) 하나도 안 받으시는거예요?
◆ 윤형준> 네, 당연히 받는 건 아니고요. 그들은 우리를(제주도를) 찾은 손님들이기 때문에 주인 된 입장에서 따뜻하게 갈 수 있도록 그렇게 해 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 김현정> 대단하시네요. 본인 집을 내준 분도 계시고, 사실 잘 아는 사람들한테도 집을 내보인다라는 게 이게 쉬운 일은 아닌데. 아예 ‘여기서 묵고 가십시오, 자고 가십시오, 쉬고 가십시오.’ 보통 일 아니에요. 그것도 모자라서 아예 지금 윤형준 씨는 ‘사랑의 민박’운동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동참해 달라 이런 캠페인까지 하신 건데, 이렇게 해서 몇 분이나 모였습니까? 우리 집 내주겠다.
◆ 윤형준> 총 70여 분이 모였고요. 심지어 어떤 분은 그러니까 원룸을 갖고 계세요. 여성분인데. 원룸 딱 방 하나 가지고 있는데, ‘저 혼자 자는 원룸입니다. 제가 여자라서 여자만 받습니다. 저랑 같이 제 이불에서 자요.’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그 집에도 신청자가 나타났어요?
◆ 윤형준> 예. 여성 한 분이 가셨습니다.
◇ 김현정> 그분들은 정말 잊을 수 없는 평생 친구가 되셨을 것 같은데요.
◆ 윤형준> 네, 그렇죠. (웃음)
◆ 윤형준> 이번에 상황을 보면서 되게 많이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매뉴얼을 만든다고 하는데, 일이 벌어진 다음에 마련하는 매뉴얼은 큰 의미는 없을 것 같고요. 앞으로도 국토교통부 등 교통 행정당국에서는, 사전에 미리 리스크를 예측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게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고요. 제주도가 관광으로 먹고 살고 있는, 관광이란 이미지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윤형준> 보물섬이라고 해서 수려한 경관만 얘기할 게 아니라, 도민들의 마음씨 또한 그런 보물섬 못지않다는 것도 꼭 보여줘야 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게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시민 네트워크가 좀 필요하지 않나 저도 이번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정부의 힘만으로, 그러니까 지자체의 힘만으로 이런 상황에서 대처가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어제부터 항공기 운항이 재개가 됐습니다마는 이분들이 다 갈 길 가시고, 완전 정상화가 되려면 얼마나 더 걸릴까요?
◆ 윤형준> 한 2, 3일 더 걸릴 걸로 보고 있고요. 지금 이 시간에도 밤을 새고, 대기표를 받고 밤을 샌 체류객들이 몇 만명이 있습니다. 오늘도 몰릴 것이고요. 한 9만 명이 나가려면 한 목요일까지 가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때까지 오갈 데 없는 분들한테는 문이 계속 열려있는 겁니까?
◆ 윤형준> 네. 그럼요. 이분들 가실 때까지 편안하게 쉬시라고 문을 열 계획입니다.
◇ 김현정> 따뜻한 마음 나눠주셔서 제가 대신 감사드리고요.
◆ 윤형준> 네. (웃음)
◇ 김현정> 그 손님들 끝까지 잘 환대해서 보내주셔야 합니다.
◆ 윤형준>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윤형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제주도에서 ‘사랑의 민박’운동을 처음으로 시작한 분이세요. 제주도민 윤형준 씨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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