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의 겨울은 눈도 많이 내렸지만 추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이 길어졌다 짧아지기는 것을 보고 날씨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 시절에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의 날씨 변화가 거의 정확했다. 사흘 춥고 나면 이어지는 나흘은 포근했다. 북풍한설에 산과 들이 하얗게 덮이고 나면 그 뒤로 며칠은 포근했다. 모든 날씨가 어린 소년이 보기에도 예상이 가능했다.
4,50년의 세월이 흐른 2016년 현재. 우리는 기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돌발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하다. 기온은 최저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극에서 극을 오간다. 겨울 추위가 한창이어야 할 12월 하순에 봄처럼 포근한 날씨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더니 어느 날 느닷없이 북극 한파가 밀려오면서 온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이렇게 들이닥친 한파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수그러들지 않고 맹위를 떨친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북미와 유럽, 동북아시아가 겪고 있는 역대급 혹한이 그렇다. 한반도는 일주일째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울릉도와 제주도, 서해안 지역은 최고 1미터가 넘는 최악의 폭설로 도시기능이 마비상태다. 미국 동부는 ‘스노마겟돈’이라 불리는 눈폭풍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중국은 영하 30도를 웃도는 ‘패왕급 한파’가 불어 닥쳤다. 이 모든 것이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자연의 경고이자 복수다.
지난 23일 끝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올해 세계경제를 위협할 최대 위험요인으로 꼽은 것도 테러가 아닌 ‘기후변화’였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열린 기후협정에서는 지구기온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한다는 데 대한민국을 포함해 세계 195개국이 합의했다. 앞으로 2100년까지 기온 상승폭을 0.5도로 잡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받아들인 결과다.
지금처럼 상승하는 지구의 기온을 막지 못하면 최악의 미래가 우리 후손들에게 찾아올 것이라는 분석이 두렵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2020년대에는 온난화로 인해 아프리카 코끼리가 멸종할 수도 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몰디브의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바닷물에 가라앉게 된다. 지구 평균 기온이 3도 이상 오르면 공기 중 질소 수준이 한계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다. 적도 부근 국가들은 파산하거나 지도상에서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지구의 기후변화가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인류의 욕망을 줄이는 길밖에 없다. 뜨거워지는 지구의 기후로 최악의 폭염과 한파, 폭우와 폭설, 태풍과 가뭄 등 지구가 몸살을 넘어 멸망으로 가는 징후를 멈추게 만들어야 한다. 그 길은 인류가 문명의 발달이라는 욕망을 내려놓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포기하거나 줄이려야 한다는 각성과 실천이 우리에게 부족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