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 폐기…'증거인멸' 논란

교육감 주민소환 불법 서명을 했던 책상 (사진=경남선관위 제공)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인 서명부가 전부 폐기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 운동본부는 지난 21일 그동안 도민들로부터 받은 51만 4천명의 서명부를 전부 폐기했다.

운동본부 측은 "서명부에 대해 선관위에 물었더니 폐기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그동안 (경찰, 선관위)요구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보관하고 있다가 제출 요구가 없어 모두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선관위는 이 서명부가 불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근거가 없고 위반 혐의도 없어 어쩔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역시 선관위의 요청이나 수사하고 있는 불법서명과 연관된 증거나 혐의점이 없어 서명부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내 시민사회는 이번 불법서명이 '개인적 일탈'이 아닌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벌어진 것으로 보고 전체 서명부를 확보해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계속 내왔다.

석영철 공동위원장(교육감 주민소환 불법허위 조작서명 진상규명위원회)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증거 인멸은 교육감 주민소환 중단이고, 서명부 미제출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면 공장에서 발생한 불법서명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주소록을 서명부와 대조하면 바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폐기할 이유도 전혀 없는데 굳이 폐기했다는 것은 뭔가 의심할만한 상황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민사회가 증거인멸을 우려하며 서명부 확보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경찰과 선관위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는 사이 서명부는 전부 폐기됐다.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이 얼마만큼 광범위하게 허위 조작됐는 지 등을 확인할 기회를 날려 버린 셈이다.

2만 4천여명의 방대한 개인정보가 담긴 주소록이 발견된 점을 볼 때 현장에서 허위로 돌려 쓴 서명지가 폐기된 51만여명의 서명부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와 별개로 이 주소록의 출처가 윗선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단서로 보고 수사 대상도 점차 넓혀가고 있다.

홍 지사의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대호산악회 지회장이 포함된 6명에 대한 휴대전화, CCTV 등 증거 물품을 복원해 윗선으로 조금씩 접근 중에 있다.

특히, 불법 서명 장소로 확인된 창원 북면의 공장 공동 소유주인 박치근 경남FC 대표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만큼 소환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박 대표는 홍 지사의 선거 운동을 도운 측근으로, 수사의 초점도 점차 홍 지사의 주변 인물로 향하는 모양새다.

이번 압수수색도 휴대전화 통신자료와 CCTV 등을 통해 박 대표가 불법 서명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박 대표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각종 서류 등에서 불법 서명에 가담한 직접적인 증거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또, 경남FC 뿐만 아니라 다른 도 산하기관 등 행정 기관이나 공무원과의 어떤 연결 고리도 새롭게 드러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만약 이번 불법 서명에 홍 지사의 측근이 연루됐다면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 지사의 입지에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증거 물품을 토대로 다시 불러 불법 서명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경남선관위가 고발한 후 경찰의 수사가 3주가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물이 없어 실체 규명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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