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제주 국제공항에는 '난민' 수준의 탑승객들이 그야말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잠깐 개었다가도 다시 눈보라가 휘몰아치기를 수십번, 잠깐 개인 날씨에 이날 안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다가도 다시 눈보라가 치면 '오늘도 힘들겠구나'하며 한숨을 쉰다.
경기도 오산에 사는 주부 한모(34)씨는 남편, 두 딸과 함께 제주에 여행을 왔다 꼼짝없이 갇혀 벌써 공항 노숙 생활 이틀째다. 어른들이야 견딜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너무 걱정이다. 집에 어서 가자는 두 딸을 보면 걱정이 태산같다.
한씨는 "기다리는 것도 힘들지만 언제 갈 수 있을지를 알 수 없어 너무 답답하다. 아이들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모든 일상이 어그러져 참 힘들다"고 털어놨다.
"언제 갈지만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러다 쓰러질 거 같아요."
64세 생일 기념으로 제주 여행을 온 이모씨는 건강이 가장 걱정이다. 지난 19일 제주에 도착해 23일 김포로 출발 예정이었지만 결항으로 이틀째 공항 바닥에서 지내고 있다.
이씨는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혼자 와서 좀 빨리 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몸이 안 좋아져서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꾸어찌에(34) 씨도 갑자기 어그러진 관광 일정에 걱정이 태산같다. 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제주에 와서 이날 오전 서울로 관광할 예정이었지만 결항으로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꾸어찌에 씨는 "오늘부터 서울에 호텔과 관광 일정이 다 예약돼 있는데 참 걱정"이라며 "운항이 재개되면 바로 중국으로 가야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주공항 곳곳에는 대기 중인 탑승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탑승객들은 공항공사에서 제공 중인 생수와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운행 재개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탑승객들은 공항 바닥에 카트나 상자 등을 깔고 앉아 대기 중이며 항공사 내부 사무실 앞 복도에도 대기 중인 탑승객들로 꽉 차 있다. 이들은 핸드폰에 의존해 실시간으로 관련 뉴스를 점검하며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주공항공사 측은 현재 공항에 대기 중인 탑승객들은 최소 3천여명 가량이라고 밝혔다.공항공사는 수시로 탑승객들의 상태를 검색하며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날 제주공항에서는 모 항공사의 경우, 대기표를 둘러싸고 마찰이 있어 승객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승객들은 어서 눈이 그치고 하늘길이 열리길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