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경순 (1960년 동계올림픽 최초의 스키 선수)
◆ 임경순>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연세가 여든여섯 맞으세요?
◆ 임경순> 맞습니다. 30년생이니까.
◇ 김현정> 1930년생. 세상에, 도대체 스키를 몇 년부터 타신 겁니까?
◆ 임경순> 중학교 1학년. 일제 때 만주 통화라는 데서 살았어요.
◇ 김현정> 만주에서.
◆ 임경순> 그 남산스키장이라고 있는데, 거기에 가면 일본 사람들만 들어와서 타고 또 군인들 스키 훈련을 겨울에는 하니까. 그것을 보고서 배웠어요.
◆ 임정순> 그렇죠. 어깨 너머로 배운 거죠.
◇ 김현정> 세상에, 아니, 그러면 그때 스키는 어떻게 생겼습니까? 그때 스키는?
◆ 임정순> 전부 나무로 만든 스키죠. 일본 사람들은 벚나무 가지고서 스키를 많이 만들어서 탔어요.
◇ 김현정> 지금은 스키 타러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라면 리프트 타고 쭉 올라가는데. 그 당시에는 그런 거 있었나요?
◆ 임경순> 없어서 걸어서 올라가죠.
◇ 김현정> 걸어서, 스키 들고. (웃음) 그 스키를 들고 1960년 미국 동계올림픽에 우리나라 대한민국 스키 선수로 출전을 하신 거예요.
◆ 임경순> 그래요. (웃음) 사실은 우리나라는 내가 올림픽 갔다와가지고 15년 있다가 용평스키장이 생길 때, 그때 처음으로 앉아서 올라가는 리프트가 생겼어요.
◇ 김현정> 저는 선생님이 60년에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셨는데. 우리나라에 스키장이 생기기 시작한 게 1975년이니까. 정말로 전설 같은 분이시네요, 우리나라 스키계의. (웃음) 아니, 그런데 미국에 가려면, 1960년에 미국 가려면 지금도 비행기 값이 엄청 비싸요, 미국은. 60년에 어떻게 가셨어요?
◆ 임정순> 그때 대표선수단은 국가에서 여비를 주죠. 그런데 (사정 상) 점보비행기를 타게 되니까 비용이 엄청 비싸져가지고 가지고 가는 여비, 잡비 가지고 가던 걸로 전부 다 청산이 됐으니까 선수단 재정은... (웃음)
◇ 김현정> (웃음) 가서는 그야말로 빈털터리로 버텨야 되는 상황? (웃음)
◆ 임정순> 그렇습니다. 그런데 스키가 한국에서 타던 건 전부 다 고물이니까. 그걸 가져가면 오히려 국가 망신시키는 거니까, 그런 스키는 갖고 갈 수 없었어요. 전쟁 가는 놈이 총도 안 가지고 전쟁 나간 거나 같았죠.
◆ 임정순> 그런데 마침 미국 총감독이 측은히 여겨서, ‘임 선수한테 스키 한 대 줘라.’
◇ 김현정> 선물받으셨어요?
◆ 임정순> 네.
◇ 김현정> 그래서 알파인 스키종목에 출전을 하신 건데. 최종 성적을 여쭤도 될까요?
◆ 임경순> 성적은 70명 선수가 출전했는데, 활강경기에서는 60위로 들어왔고.
◇ 김현정> (웃음) 잘 하셨네요, 60등이면 잘 하셨네요.
◆ 임경순> 회전 경기는, 선수들이 많이 나가 넘어지고 파울을 당하고 그러는 통에, 40위로 올라갔어요. (웃음) 저는 천천히 가니까 파울도 안 당하고. (웃음)
◇ 김현정> (웃음) 잘하셨어요. 잘하셨습니다.
◆ 임정순> 그래서 등수로는 놀랄만한 등수가 됐죠.
◇ 김현정> 아니, 스키장도 없는 나라, 리프트 한번 구경을 못해 본 국가대표 선수가?
◆ 임경순> 그렇죠. 타보지도 못하고.
◇ 김현정> 세상에, 그런데 출전을 할 생각을 했다는 그 자체가 벌써 금메달감입니다. 정말 잘하신 거예요.
◆ 임경순> 그리고 다른 나라 선수들은 연습을 하고들 왔는데, 우리는 스키 신어보지도 못하고 출발했어요, 그 해는.
◇ 김현정> 참 감동이 밀려오는데.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다녀와서는 우리 후배들한테 기술도 알려주시고 그러신 거죠?
◆ 임정순> 그렇죠, 전부 다 어깨너머로 그 고급 기술을 올림픽 가서 전부 다 배워왔죠.
◇ 김현정> 습득을 해서 후배들한테 알려주셨고요.
◆ 임경순> 네. 선수, 감독, 코치 이걸 전부 다 혼자서 감당하고 왔죠.
◆ 임경순> 그럼요. 집의 현재 형편도 좋지 않은데 통상 집을 비우니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상당히 어려웠어요.
◇ 김현정> 사모님도 스키 잘 타십니까?
◆ 임정순> 잘 안 돼요. (웃음)
◇ 김현정> (웃음) 몇 세까지 스키 타실 생각이세요?
◆ 임경순> 조금 무리를 해서 하자면, 한 10년은 하지 않겠어요?
◇ 김현정> 10년 아니고요. 그냥 14년 더 채워서, 100세 채우시죠. (웃음)
◆ 임경순> (웃음)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웃음) 노력해 주십시오. 희망의 모습을 오늘 보는 것 같아서, 월요일 아침에 제가 더 신이 납니다. 건강하시고요. 오래오래 스키 멋지게 타는 모습 보여주십시오.
◆ 임경순> 감사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스키선수 올해 나이 여든 여섯의 임경순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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