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말투다. 질문을 하고 답을 할 때까지 한 템포씩 늦다. 준비된 답변도 아니고 그렇다고 꾸며낸 말도 아니다. 진솔함이 묻어난다. 눈빛에서 더욱 그렇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진지함이 깊은 눈 속에서 느껴진다.
1990년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해 그가 진지하게 일궈낸 필모그래피. 이것만 봐도 이범수에게 붙어있던 ''코믹배우'', ''명품조연''이라는 타이틀이 너무나 소박한 칭호다.
18년 연기인생 키워드는 ''진솔함''…꾸밈없는 배우 ''고집''
그동안 그의 연기는 꼼꼼하게 분석한 연기라는 이야기다. 영화에서의 코믹연기 ''외과의사 봉달희''에서의 안중근, 그리고 이번 ''온에어''에서의 장기준까지 ''이범수표''를 만들어낸 원동력이 ''꼼꼼함''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소름이 돋는다.
사실 연기라는 게 수학공식으로는 어려운 ''느낌''이라는 것이 있고 이 느낌에 따라 배우는 파도를 타기 마련이다. 연기경력 18년 차 이범수는 넘실대는 파도 속에서도 자신이 가야할 길을 정확하게 표시한 항해지도가 숨겨져 있는듯 하다.
소름 돋는 치밀함 ''코믹배우·명뭎배우''에서 이젠 ''완벽 주연'' 꿰 차…
18년이라는 세월 속에서도 한 점 흐트러짐없이, 대기만성형 연기자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차분한 행보다. 그래서 그의 갈길은 아주 멀어보인다.
"TV쪽 진출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만큼 위험부담도 있었고요. ''외과의사 봉달희의 안중근이라는 역이나 또 이번 ''온에어''에서 ''장기준''이라는 인물 역시 매력적이잖아요. 제가 브라운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체 스토리라인보다 캐릭터에 무게를 두었던 덕이죠."
물론 그는 영화배우다. 영화와 TV를 넘나들면서 ''인기''나 부수적인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끝없는 욕심을 지니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 대단…사랑받는 또다른 캐릭터 준비
요즘 이범수가 찾는 ''이범수''는 어떤 모습일까? ''하면된다'', ''오!브라더스'', ''슈퍼스타 감사용'' 그리고 ''온에어'' 등 수많은 작품에서 보아왔던 그를 찾는다면 오산일 듯 싶다.
드라마 ''온에어''에서 입었던 셔츠는 범수씨 몸에 꼭 맞는 수제품이었다는 스타일리스트의 귀띔이다. 몸에 옷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에도 몸을 맞출 생각이란다. 고구마와 우유만으로 식단을 꾸민 것도 그를 위해 준비된 멋진 옷에 대한 예우인 셈이다.
꼼꼼하게 일궈온 18년, 그리고 앞으로 18년 더, 아니 그 이상 ''명품 이범수 연기''를 기대한다.
mrvertigo@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