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대 인출한 외국인…주식 매도 8부 능선 넘었나

코스피 외국인 시총 비중 6년5개월만에 최저

오일 머니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두 달도 안 돼 6조원 넘게 빠져나갔다.
사상 최장의 연속 순매도 행진에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은 6년5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금과 같은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면 외국인의 매도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외국인의 매도가 이제 8부 능선에 접어들었다는 전망도 시장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 사상 최장 '팔자'…코스피 외국인 시총 비중 31.02%25

2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31.02%였다.
이는 2009년 8월20일(30.92%) 이후 6년 5개월만의 최저 수준이다.
외국인은 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인한 순매수 전환을 제외하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사실상 35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상 최장 수준의 '팔자' 행진이다.
외국인은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조2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은행 예금을 인출하듯 회수했다.
외국인이 갖고 있던 대형주를 주로 바구니에서 덜어내는 탓에 삼성전자[005930]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49.01%로, 2013년 10월11일(49.01%) 이후 2년3개월여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특히, 이번 순매도 기간에 외국인이 가장 많이 덜어낸 종목이 삼성전자(1조9천31억원)와 삼성전자우[005935](6천139억원)였다. 이 기간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의 주가는 각각 11.58%, 14.95% 하락했다.
POSCO[005490](3천912억원), 호텔신라[008770](3천289억원), 현대차[005380](2천957억원) 등의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역시 이 기간 주가가 각각 8.26%, 28.96%, 9.15% 하락했다.
현대차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43.20%로, 2011년 1월26일(43.20%) 이후 최저로 떨어진 상태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오른 것은 현대모비스[012330](0.20%), NAVER[035420](3.25%), 삼성물산[028260](1.66%) 등 3개에 불과하다.
반면 블록딜이 반영된 한국항공우주[047810](2천414억원)를 제외하고 외국인이 이 기간 바구니에 가장 많이 담은 SK이노베이션[096770](923억원)의 주가는 6.20% 오르며 폭락장에서도 상승세를 보였다.
그다음으로 많이 담은 BGF리테일[027410](866억원)의 주가는 무려 19.76% 뛰었고, 하이트진로[000080](485억원·13.01%), 오뚜기[007310](341억원·33.43%), 코웨이[021240](310억원·12.94%) 등 순매수 종목의 주가도 강세를 나타냈다.

◇ 1월 FOMC 등 관건…"8부 능선 넘어"

과거 국내 수급 상황이 미국과 유럽계 자금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인 것과 달리 이번 외국인 순매도 행진은 저유가에 따른 산유국 자금 유출이 주도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작년 5월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 하락 기간 산유국의 국내 주식 매도 금액은 8조4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외국인 순매도 규모(12조2천억원)의 3분의 2를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대와 일본은행(BOJ)의 정책 기대감 약화 등으로 그동안 아시아 증시의 핵심 유동성 공급원 역할을 해온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 대두된 것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향후 관건은 오는 26∼27일로 예정된 미국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글로벌 이벤트에 따른 '리스크 온'(risk-on) 기류의 재개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중국의 2월 춘제(설) 연휴를 전후한 지급준비율 및 금리인하 등의 추가 경기 부양책 가시화 등이 선결 과제인 셈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와 금융시장 하방 위험 확대 상황을 고려한 연준의 통화정책 시각 선회가 필요하다"며 "1월 실물 경기 지표 개선을 통한 중국 경제의 경착륙 리스크 진정과 미국 매크로 모멘텀의 부활 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매도가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에서의 가파른 오일머니 이탈 추세가 진정될 전망"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계 자금이 전체 해외투자 축소에 비례해 한국 주식을 판다면 올해 매도 규모는 1조5천억원 규모로, 작년의 38%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해외투자 자금 중 한국주식 비중(1.64%)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 내 한국 비중(1.56%)에 이미 근접한 데 따른 관측이다.
김용구 연구원도 "사우디가 그동안 누적으로 11조원을 매수했는데 최근 5조∼6조원이 나왔다"며 "국내에서 추가적인 돌발 악재가 생기는 게 아니라면 이 정도면 8부 능선을 통과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양해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계 자금을 제외하면 외국인 매도 규모는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라며 "미국계 자금은 작년 9월부터 오히려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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