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정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경북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극동포럼에 특강자로 나서 '소명(召命)'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국내 특강은 퇴임 후 이번이 처음으로 총선을 앞두고 어떤 발언을 할지 국내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강연 소식이 알려진 뒤 언론마다 특강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을 담은 기사를 쏟아내자 특강 당일 주최 측에 언론사의 취재를 막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명인사의 특강은 언론에 취재 협조를 부탁하고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관례다.
이 전 대통령의 요청에 주최 측은 부랴부랴 각 언론사에 특강 취재가 어렵다는 사실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고, 일부 언론은 강하게 반발하는 등 소동이 일었다.
특강에서도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자신의 재임시절 일화를 소개하는데 중점을 뒀을 뿐, 총선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단지 MB 정부 시설 고위직 관료에 대한 검찰의 계좌추적에 대해서만 "재단을 설립해 4대강 사업을 통한 녹색성장 경험을 후진국에 전달하고 싶었지만 (계좌 등을) 뒤져서 결국 만들지 못했다"며 "외국은 전직 대통령을 현직과 같이 예우하지만 우리나라는 2~3년간은 가만히 있는 것이 관례"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을 뿐이다.
이날 특강에는 친이계 핵심이었던 4선의 이병석 의원과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정종복 전 의원 등 친이계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정가 관계자는 "아직 이 전 대통령의 인기가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와 관련한 발언을 쏟아낼 경우 청와대와의 갈등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조롱거리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있다"며 "친이계 출마자 입장에서도 MB가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운신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친이계 전·현직 의원 및 청와대 수석 출신 인사들과 잇따라 송년모임을 갖고 "당선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고 말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