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 측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불법감청 의혹을 제기했다. 22일에는 "검찰총장의 지시를 벗어난 호텔수사"라며 후배 검사들을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혐의에 대해 다투기 보다는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흔드는 수법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홍 지사 측의 한 수였다.
재판부는 두번째 공판에서 "여기는 법정이고 의혹을 제기하고 공방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홍 지사 측 제지에 나섰다. 그러나 기자 수십명이 지켜보는 법정에서 던져진 '얘기되는' 소재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검찰은 일일이 해명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에 여론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보다는 불법감청인지, 호텔수사가 적법한지로 흘러가면서 자칫 재판이 산으로 갈 공산도 커지고 있다.
이에 검찰은 첫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두번째 공판에서도 홍 지사 측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문제될 소지는 전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당초 다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던 검찰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냉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홍 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데다, '장외전'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말려들면 안된다"는 기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지난해 4월 수사가 시작된 직후 홍 지사가 '성완종 리스트'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았던 점, 수사선상에 오른 1억 2천만원의 출처가 아내의 비자금이라고 해명했던 점 등을 떠올리며 홍 지사의 장외전에 이미 익숙하다는 분위기다.
당시 홍 지사는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경선기탁금으로 낸 국회대책비라고 해명하면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서 국민 혈세를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검찰 관계자는 "홍 지사 측이 오죽하면 지금 재판에서 사건과 무관하게 저렇게까지 말을 할까 싶다"며 "재판부도 수사기록을 전부 볼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이 과잉수사를 했는지, 불법수사를 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을 정확히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로서도 당분간은 쉽지 않은 싸움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유력 정당의 '당 대표를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자 '선배 검찰이었던 홍준표'로부터 정치적 수사가 담긴 공격과 수사기법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