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준표(62) 경남도지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검찰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호텔 수사라든지 검찰청 외 장소에서 조사하지 말라는 검찰총장 지시가 있을 겁니다. 한 번 찾아보세요."
검찰이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53)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호텔에서 만난 사실과 관련해 "함부로 소환하지 않고 사전 검증절차를 거친다. 다른 케이스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하자 발끈한 것이다.
홍 지사는 이어 지난해 4월 '성완종 리스트'가 보도된 이후 윤 씨가 입원해있던 병원에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찾아갔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쪽에 "확인해보세요"라고 요구했다.
그는 "해당 부장검사가 수사 초기 중요한 역할을 했다가 바로 빠지고 다른 부장검사가 들어왔다. 왜 빠졌겠느냐"며 "불법 감청을 한 뒤에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홍 지사는 검찰이 변호인석을 향해 "수사에 대해 몰라서 그러는 것 같다"고 반박하자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수사는 모른다? 이런 표현은 안 하는 게 옳다. 검사님만큼 수사 다 압니다"라고 응수한 것.
검사 출신인 홍 지사는 첫 공판 때부터 마치 '선배 검사'가 후배 검사에게 훈계하는 듯한 언행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그는 전날 첫 공판에서는 검찰총장을 겨냥해 "새로운 검찰총장이 됐으면 수사관행도 바꿔야지, 이번 불법감청건에 대해 자체 감찰을 하라"고 주장했었다.
이번 사건의 쟁점 중 하나는 홍 지사가 측근을 시켜 윤 전 부사장을 회유했는지 등 사실 여부에 있지만, 홍 지사는 혐의 사실을 다투기보다는 검찰의 도덕성에 흠집 내는 발언을 주로 내뱉고 있다.
이처럼 '불법 감청' 논란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급기야는 재판부가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재판부는 "여기는 법정이고 의혹을 제기하고 공방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그 공방으로 힘 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양측에 당부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자신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성완종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부사장을 만나 쇼핑백에 든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