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애들은 맞으면서 큰다고?"…'3각 감시망'이 절실하다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 피의자 부모 중 부친 최모 씨가 21일 오전 현장검증을 위해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다세대 주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2013년 10월,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을 계모가 폭행해 숨지게 한 울산 '서현이 사건'으로 온 나라가 치를 떨었다. 8살의 작은 몸은 온통 멍투성이였고,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진 상태였다. 그 즈음 아이에게 소금밥을 강제로 먹여 죽게 한 계모와 초등학생 아들을 골프채로 상습 폭행한 비정한 아버지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우리 사회에 내재된 야만성을 뽐내기라도 하듯 최근에도 끔찍한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해 말 인천에서 11세 여아가 상습폭행과 굶주림을 참지 못한채 집에서 탈출했고, 최근 부천에선 초등학생이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사망한 뒤 시신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

광주에서 아버지가 부인과 아들, 딸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투신하는 사건과 20대 초반의 젊은 엄마가 7개월된 영아를 바닥에 던져 두개골 골절상을 입히는 사건도 충격을 주고 있다.

예외적이라고, 특수한 사례라고 모른채 하기엔 발생 빈도가 너무 잦다. 이쯤되면 폭력가정의 아이들은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보호막이 아닌, 폭력이 자행되는 장벽인 셈이다.

아동학대를 저지른 피의자들 중 상당수는 이렇게 말한다.


"애들은 맞으면서 크는거다. 나도 맞고 자랐다."

예로부터 한국사회에서 내려오는 가장 잘못되고 야만적인 훈육관이다. 사랑의 매와 폭력은 엄연히 다른데 이런 인식은 가정내 폭력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둔갑한다.

각종 사건을 분석해 보니 폭력과 가혹행위는 정반대의 결과, 다시 말해 폭력의 대물림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폭력적인 게임이나 미디어물도 부모의 폭력성을 더했을 것이다.

아동학대 사건이 무한 반복되고 있는 또다른 배경에는 정부의 복사기로 찍어낸 듯한 대책발표와 관계기관의 '대충대충' 행정도 자리잡고 있다.

서현이 사건 등이 있은 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자.

2013년 11월, 서남수 전 교육부장관은 장기결석자에 대한 교육청 보고 의무화를 지시했다. 이듬해 초 정홍원 전 총리는 학령기 미취학 아동을 조기에 발견해 신속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고, 2014년 9월 황우여 부총리도 아동학대형 의무교육 이탈을 방지하고 경찰 등과 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최근 발생한 인천 11세 여아 학대사건과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장기 결석자였다. 결국 말뿐인 대책이었다. 하부기관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거나, 현장에서 대충 묵살했다는 얘기다.

부천 초등생 사건을 보면, 지난 2012년 6월 최 모(당시 7세)군이 다녔던 초등학교측은 거주지 주민센터에 장기결석중인 최군의 부모에게 출석시킬 것을 독촉해 달라고 공문을 통해 요청했지만 주민센터는 부모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정부는 또다시 대책을 내놓았다.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지난 17일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한 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인데, 2년 전 일련의 대책발표와 판박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천부(天賦)의 권리를 가지는 존엄한 존재다.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고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정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행되는 아동학대는 노출이 쉽지 않다는 맹점이 있는 만큼 '이웃과 학교, 당국'의 3각 노력이 절실하다. 수년째 학교에 결석하고 있는데 이웃도 학교도, 관계당국도, 누구도 끈질기게 찾지 않았다.

이제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 수 있나?'라는 무관심을 버리고 적극 신고하자. 학교와 당국도 문제의 징후가 보이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확인될 때까지 더 찾아가고 확인하자. 이런 아동학대 감시망이 보다 촘촘히 가동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좀더 폭력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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