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대북제재' 호언은 했지만 방법은…글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정부는 올해 외교안보 기조의 최우선 순위에 북핵 문제를 올려놓고 전방위 압박외교로 초강력 대북제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해온 대화와 압박의 투트랙 전략은 사실상 폐기되고 제재 일변도 정책이 무제한 실시되는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2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새해 업무보고에서 “주변국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이사국과 공조 하에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어설픈 제재는 북한의 내성만 키워줄 뿐이라며 ‘과거와는 차별화된’ 강력한 제재를 목표로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한미일은 물론 한미중과 한일중 등 3자협의체제를 활성화하고 무엇보다 중국의 대북지렛대 역할을 이끌어내는 데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을 견인해낼 수단도, 중국 견인 실패로 인한 유엔안보리 제재 불발시 대안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현 시점에서 밝힐 수 없다고 했고, 복안 자체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했다.


다만 정부는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는 사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이 여전히 주변국의 냉정한 대응과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한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한미 양국이 원하는 수준까지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전날 중국을 방문한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의 경우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은 해외로 자리를 비운 터라 대북제재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이번에도 중국의 미온적 태도로 기대 이하가 될 공산이 크지만, 이럴 경우에 대비한 ‘플랜B’ 또한 명확치 않다.

정부는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만족할 수준의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한미일이 중심이 된 양자 차원의 독자적 제재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이란 핵 문제 해결에 주효했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과 기업도 제재)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 역시 북한의 주요 무역 통로인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란 점에서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한미일 3국의 대북공조가 중국, 러시아와의 틈새를 더욱 벌릴 가능성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다.

제재 효과는 별로 없는 채 한미일 대 중러의 대결구도가 더 또렷해지고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만 높여줄 수 있는 것이다.

전략적 카드를 미리 보여줄 수는 없지만, 모든 상황을 감안한 복안과 대안이 치밀하게 준비돼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외교안보팀의 이날 업무보고는 ‘될 때까지 제재해 보겠다’는 외통수로 비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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