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머리 맞대자는데…'진압'만 하겠다?

교육감-야권 '협의체 구성' 제안에도…정부-여당, 일체 외면

정부와 여당이 "누리과정 해법을 머리 맞대어 논의하자"는 교육감들의 제안을 잇따라 외면하면서, 보육대란 장기화 우려만 커지고 있다.


보육대란이 현실화된 가운데 21일 오후 부산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이준식 교육부 장관도 참석하면서 막판 절충 여부에 관심이 모였지만, 교육감들은 결국 "저 얘기 하려고 여기까지 왔느냐"며 혀를 끌끌 차야 했다.

이 장관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누리과정 예산이 차별없이 조속히 편성될 수 있도록 해주면 거기에 따라서 교육감들의 의견을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뒤 자리를 떴다.

교육감들은 이날 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의 국고 부담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근본적 해법 모색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설치를 거듭 제안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누리과정은) 교육감 업무에 포함된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감 업무를 넘어선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사업으로 대통령이 정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감들은 지난 연말은 물론 보름전인 지난 6일에도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장관, 여야 대표와 교육감 등이 한자리에 모여 해법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야권도 호응하며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 상태다. 이에 협의회측은 한 발 더 나아가 누리과정 공약의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이날도 "다음주 월요일인 25일이면 유치원 교사 급여가 지급돼야 한다"며 "여야-정부-교육감이 참여하는 긴급한 협의를 22일 중으로 갖자"고 거듭 제안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교육감들의 예산 편성 거부를 '반란'으로 규정하면서 '타협 없는 진압' 기조를 내세웠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날 "법질서와 국가기강에 대한 도전이자, 더 심하게 말하면 반란”이라며 "반란은 진압돼야 하고, 적당히 타협되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유철 원내대표 역시 "일부 시도 교육청이 무모하고 무책임한 예산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며 "보육대란을 일으켜 총선 정국에서 악용하겠다는 비윤리적·비교육적 정치적 꼼수"라고 비난했다.

결국 보육대란이 현실화된 와중에도 일체의 협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학부모와 일선 교육기관들만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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