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의 전지훈련지는 대체로 미국과 일본으로 양분된다. 한파를 피해 따뜻한 곳에서 몸을 단련하고 기술을 연마한다. 물론 부상과 기준 미달 등으로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은 국내 2군 훈련장에 머물기도 한다.
어떤 전훈지가 명당일까. 정답은 딱히 없다. 해당 구단과 궁합이 맞는 곳이 최적의 장소다. 구단마다 사령탑과 선수들의 성향에 따라 전훈지가 결정된다.
그렇다면 우승팀을 많이 배출한 전훈지는 어디일까. 어느 장소가 우승의 기운을 많이 주는 것일까. 2000년대 이후 한국시리즈(KS) 우승팀들의 스프링캠프 지역을 살펴보자.
▲21세기 초반 미국파 득세
2000년대 초반은 미국파가 득세했다. 미국은 지난 1984년 삼성이 처음으로 스프랭캠프를 차린 이후 국내 구단들의 단골 전지훈련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IMF 한파가 몰아친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대신 일본이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전지훈련을 했던 팀이 우승하면서 미국은 빼놓을 수 없는 장소였다. 21세기 첫 우승팀은 현대, 2000년 KS에서 두산과 4승3패 혈투 끝에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현대의 전훈지는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 이미 1998년에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던 현대는 이후 2003, 04년에도 연속 정상에 올랐다.
2005, 06년 우승한 삼성은 약간 달랐다. 같은 미국령이었지만 시차가 상대적으로 적은 괌이었다. 괌은 비행편으로 약 4시간 거리지만 한국보다 불과 1시간 빠르다. (하와이는 약 9시간 거리로 시차는 17시간 느리다. ) 괌 훈련 이후 삼성은 일본 오키나와로 옮겨와 2차 전훈을 진행했다.
▲SK 왕조는 日에서…최근 대세는 '美+日'
2007년부터는 일본에서도 우승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대표적인 지일파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SK는 사이판 대신 일본 고치에 전훈 캠프를 차렸다. 이후 KS 2연패와 2010년 3번째 우승 등 'SK 왕조'를 건설했는데 일본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가 원동력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SK가 성과를 내면서 차츰 일본이 전훈지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2010년 당시 8개 팀이 모두 일본으로 모였다. 일본에서만 훈련하는 팀들도 있었지만 사이판이나 괌에서 1차 전훈을 마치고 일본에서 2차 훈련을 잇는 팀들이 더 많았다.
2005년부터 '미국과 일본 전훈'은 지금까지 우승의 기운을 가장 많이 받은 코스다. SK가 3번 우승한 것을 빼면 11년 동안 8번이다. 괌-오키나와에서 땀을 뺀 삼성이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일궜고, 지난해 두산은 애리조나와 미야자키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뒤 우승했다.
올해도 일본에는 8개 팀이 전훈 후반기에 모인다. 애리조나에서 4개 팀(넥센, KIA, 롯데, LG)이 오고, 삼성과 SK는 괌과 플로리다에서 건너오는 등 6개 팀이 미국에서 옮겨온다. 다만 두산은 호주 시드니에서 1차 전훈을 마친 뒤 합류하고, 김성근 감독의 한화는 고치와 오키나와 등 일본에서만 머문다. NC와 케이티만 미국에서만 모두 훈련한다.
과연 올 시즌 우승팀은 어느 전지훈련지에서 배출할까. 미국+일본의 대세가 이어질지, 아니면 한 군데에 집중한 팀이 결실을 맺을지, 두산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