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式 선진화법 중재안 실현가능성 희박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요건 완화"…野 수용 힘들어

정의화 국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21일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에 대해 '직권상정'을 통해 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쟁점법안 처리에 핑요한 요건을 ‘5분의 3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수정하는 것이 골자가 돼야 한다고 밝혀 개정 필요성은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개정마저도 '여야 합의'가 전제돼 있어 중재안이 되긴 힘들어 보인다.

◇정의화, “선진화법과 쟁점법안 모두 '직권상정' 불가”

정 의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국회 운영에 관한 룰을 바꾸는 것으로 여야의 충분한 협의가 필수적인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지난 67년 동안 한 번도 국회 운영절차에 관한 법을 일방이 단독 처리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새누리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 완화’ 방식으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직권상정이 남용된다면 여야 간 대립을 심화시키고 상임위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과의사 출신인 정 의장은 “뇌수술을 하고도 환자가 죽을 수도 있다”며 여당이 요구하고 있는 '국회법 87조'를 직권상정을 통해 개정했을 때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노동개혁 등 쟁점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요구 역시 "입법부 수장이 불법임을 잘 알면서 위법 행동을 할 수는 없다"면서 "이것이 현행법 하에서 제가 직권상정을 못하는 이유"라고 거부 의사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쟁점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구정 설을 맞이할 수 없다"면서 "쟁점 법안과 선거구획정에 대해 (그동안의) 논의를 바탕으로 타협가능한 조정안을 가지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요 며칠 물밑에서 양당 관계자와 이런 저런 접촉을 했다"면서 "그 결과 합의의 9부 능선을 넘는 안건이 대다수라는 확신이 생겼다"면서 여야 중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반 찬성 시 본회의 상정’ 중재안 냈으나 실현가능성 낮아

정 의장은 다만 새누리당 방안과는 다른 방향으로 선진화법의 개정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여당에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선진화법의 문제점을 잘못 짚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화법에서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 것을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해법은 신속처리 제도가 실제로 제대로 가능할 수 있도록 60%를 과반수로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게 돼 있는데, ‘신속처리법안’으로 여야가 합의하면 법사위를 건너뛰어 본회의로 바로 상정된다.

쟁점 법안이 상임위에서 180일 이내에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법사위로 자동 회부되고, 법사위에서도 90일이 경과되면 본회의로 자동 부의되는 방식이다. 본회의에서는 60일 이내에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이 같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의 성립요건을 과반수 찬성으로 완화하게 되면 현재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법안과 같이 장기간 계류 중인 법안의 본회의 표결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정 의장은 신속처리 요건을 개정하는 중재안에 대해서도 ‘직권상정 불가’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얻을 것이 없는 정 의장의 중재안을 따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 의장의 입장은 오히려 "어떤 법안이든 직권상정을 남용할 수는 없다”는 쪽에 가깝다. 그가 말하는 ‘중재안’은 여야 합의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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