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는 20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275쪽 분량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2025' 보고서에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 차원에서 지역 미사일 방어(MD)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CSIS는 "한국은 사드와 같은 시스템을 독자로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경험으로 볼 때 수십 년의 노력이 요구된다"며 "북한의 점증하는 미사일 위협을 감안할 때 사드는 소중한 (방어)역량"이라고 강조했다.
CSIS는 또 미국 국방부에 북한 김정은 정권의 급작스런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역내 주변국들과의 조율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CSIS는 "북한은 내부적으로 불안정성의 위기에 놓여 있다"며 "중앙국가통제체제가 급격한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수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제기돼온 '북한 붕괴론'은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논리적 배경이 되고 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 논거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김정은은 독재자의 딜레마에 직면해있다"며 "살아남기 위해 개방을 해야 하지만, 개방의 과정은 북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북한 정권은 외부세계로부터의 정보유입을 감내하면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SIS는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현상을 유지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난민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경제는 저개발 상태로 남아있으며 중국이 북한 경제를 돕는 것도 영원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어떻게 (붕괴가) 촉발될지는 모르지만, 이 같은 시스템은 무한하게 지속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CSIS는 "한반도의 통일은 실현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며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는 즉각 주요한 안보도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미국의 역내 동맹·우방국들은 물론 중국, 러시아와 함께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CSIS는 이와함께 중국과 북한은 미국의 아시아 안보공약에 언제나 도전하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은 이 같은 도전에 대처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CSIS는 "중국과 북한의 행동이 일상적으로 미국 역내 안보공약의 신뢰성에 도전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의 군사적 역량 증가속도로 볼 때 역내 군사적 '힘의 균형'이 미국의 반대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SIS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 외교안보 어젠다인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의 방향과 내용이 명쾌하지 않은데다가, 중국과 북한의 커지는 위협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SIS의 이 같은 지적은 오바마 행정부의 재균형 전략이 중국과 북한의 도전을 소홀히 다뤘다는 공화당 측의 비판론에 힘을 실어주면서 대선 국면에서도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CSIS는 특히 아시아 역내 힘의 균형이 중국 쪽으로 기울면서 2030년에 이르면 현재 미·중이 힘겨루기를 하는 남중국해는 사실상 '중국의 호수'(a Chinese lake)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SIS는 그러면서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SIS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지난해 의회가 미국 국방부에 아시아·재균형 전략을 평가하는 독립적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주문한데 따른 것으로, 조만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