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와 아픔 사이…'오빠 생각'의 트라우마 치유법

[노컷 리뷰] 전쟁 아픔 어루만지는 합창의 힘…잔혹한 이념 갈등의 단면

영화 '오빠 생각' 스틸컷.
순수한 합창 영화도, 그렇다고 완전한 전쟁 영화도 아니다. 얼핏 '국제시장'과 닮은 느낌의 영화 '오빠 생각'은 그 시절의 향수보다는 아픔에 더 주목하는 영화다.

제국의아이들 임시완과 배우 고아성 그리고 이희준. 충무로의 샛별들이 모두 모였지만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이다. 그 중, 이념 갈등 속에서 부모를 잃은 전쟁고아 남매를 연기한 아역 배우 정준원과 이레는 '오빠 생각'이라는 제목 그 자체다.

다소 예상 가능한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인민군에게 온 가족이 살해당한 한상렬(임시완 분) 소위는 음악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부대 내 고아원의 어린 원장선생님 박주미(고아성 분)는 아이들을 한없이 사랑하고 아끼는 유학파 인재다.

이들과 대립하는 또 다른 인물 갈고리(이희준 분)는 전쟁이 대변하는 가장 현실적인 인간 군상이다. 그는 전쟁고아들을 모아 '앵벌이'를 시키면서 불법적인 군수물자 조달로 돈을 번다.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은 채 오직 눈앞의 이익과 돈만을 쫓는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파렴치한 인물처럼 보이는 갈고리 역시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그 시대가 만들어 낸 '아픔'임을 깨닫게 된다.

동구(정준원 분)과 순이(이레 분)를 비롯한 전쟁고아들은 이념 갈등과 전쟁의 비참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누군가는 구리를 구하기 위해 불발탄을 두드리다 목숨을 잃고, 또 다른 누군가는 친일파의 부유한 후손에게 희롱 당한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절망 속에서 '합창'은 유일한 희망이다. 부모 세대의 이념 갈등으로 대립하는 아이들도, 아픔을 숨기고 살아가는 선생님들도 모두 '합창'으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때로는 눈물로, 웃음으로 그 때 그 시절 우리에게 익숙한 동요들이 울려 퍼진다.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는 또 있다. 바로 '이념'으로 빚어진 잔혹한 갈등과 분열이다. 영화는 군인과 군인 간의 이념 갈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전투는 살기 위한 몸부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신 덧없는 '이념'은 평범한 국민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그 아이들까지 증오심에 사로잡히게 한다. 그들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국군이 오면 태극기를, 인민군이 오면 인공기를 들었을 뿐이다.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 전쟁이 남긴 분단의 상처 아래, 우리는 세대, 성별, 지역, 이념 등으로 나뉘어 끊임없이 서로를 물어 뜯고 증오한다. 그래서 이들 장면은 따뜻한 아이들의 합창보다 더 선명하게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 때 그 시절' 좋았던 기억은 없다. 전쟁은 잊기 힘든 고통이고 상흔이다. '오빠 생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을 견디게 해준 단 한 가지를 이야기한다. 그것을 '향수'라고 부른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서 다른 방식으로 희망을 찾고 있는 젊은 세대들까지 그것에 '응답'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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