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전남 역시 유치원 예산이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란이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빠져 있었다.
이들 4곳은 시도교육청에서 유치원 예산을 전액 편성했지만, 해당 시도의회에서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유치원 예산을 전액삭감해 유보금(예비비)으로 남겨 놓은 곳들이다.
이들 4곳의 유치원 원아수는 전체 70만 명의 48%인 33만5천 명에 달하며, 이 중 광주와 전남의 유치원 원아수는 4만 4천여명이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교육부가 제공한 자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18일 기준 누리과정 예산 편성 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17개 시도교육청 중 유치원 및 어린이집 예산을 전액 편성한 곳은 6개 교육청(대구, 대전, 울산, 경북, 충남, 세종), 유치원 및 어린이집 예산을 일부 편성한 곳은 6개 교육청(부산, 충북, 인천, 전남, 경남, 제주), 어린이집 예산을 전액 미편성한 곳은 5개 교육청(광주, 전북, 강원, 서울, 경기)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유치원 및 어린이집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곳은 서울과 경기 등 2개 교육청뿐이라고 명시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 '어린이집 예산이 지원되지 않으면 예산 편성을 안하겠다'고 보고했다"며 "(유치원 예산이 편성된 것처럼 보도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남교육청 관계자 역시 "'목적예비비 228억원을 조기 지원받는 것을 전제'로 유치원 예산 7개월분과 어린이집 예산 5개월분을 편성하겠다고 교육부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목적예비비 지원이 없으면 예산 편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편성계획을 제출한 것이 포함된 것 같다"고 궁색한 답변을 했다.
실제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의 '2016년 소요액, 기편성액, 향후 편성계획, 편성액, 미편성액'에 대한 항목별 도표를 만들면서, '편성계획'까지 편성액에 집어넣은 것이다.
'교육부가 서울과 경기를 압박하기 위해 고의로 헷갈리는 자료 만들어 언론플레이를 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좀체 가시지 않는다.
유치원 예산 편성 지역 대(對) 미편성 지역 '13대 4' 구도보다는 '15대 2'라는 구도를 언론이 만들어 줄 경우, 더욱 큰 압박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신문은 이날 교육부 자료를 토대로 컬러 지도까지 실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교육부 자료를 그대로 베껴쓴 언론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