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들의 거센 반발과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압력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신용카드사들이 서로 의견을 모은 것은 아니지만 카드업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인상을 보류하는 쪽으로 유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까지 나서 한 목소리로 가맹점 수수료 인상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데 카드업계가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카드사들이 별도의 모임을 갖고 가맹점 수수료문제에 대해 합의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가맹점 수수료도 가격의 일종으로 “업계가 모여서 얘기하면 공정거래법의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카드업계가 수수료 인상 보류 쪽으로 방향을 튼 것에는 감독당국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주말 금감원에서 카드업계 임원들을 불러서 최근 국제금융동향을 설명하면서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가맹점 수수료문제와 관련해 세심하고 합리적으로 잘 결정해 달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원칙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최근 가맹점들의 반발과 여야 정치권의 압력을 받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신용카드사들은 지난해말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통지한 가맹점에 대해 이달 안에 인상보류 통지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가맹점 수수료 인상이 보류되면 가격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지 못하고 정치권의 압력에 밀려 번복되는 또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이미 수수료를 인상한다고 통지한 마당에 이제와서 인상을 보류한다고 하면 시장혼란이 발생하고 신용카드사의 이미지도 망가지기 때문에 웬만하면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정치권의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정말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초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안을 발표하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신용카드사들이 지난해말 25만에서 30만개에 이르는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 인상을 통보해 가맴점과 가맹점 단체들이 여야 정치권에 호소하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