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업계 `넷플릭스 공포' 확산…견제 나서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케이블 TV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 견제에 본격 나섰다.

실제로 할리우드 스튜디오·케이블 TV가 미디어 업계의 `강자'로 급부상한 넷플릭스에 자사 콘텐츠 판매를 잇따라 보류하고 있다고 LA 타임스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할리우드 스튜디오·케이블 TV는 자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면서 넷플릭스에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넷플릭스가 자체 영화를 제작해 극장 상영과 동일한 날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서자 극장 체인들은 `넷플릭스 영화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케이블 TV의 `넷플릭스 공포증'은 현재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유료 케이블TV 패키지를 해지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하는 이른바 `코드-커터'(Code-cutter)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의 발전과 코드-커터 급증으로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었다.

월트 디즈니사 지난해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을 비롯해 케이블 TV 예상 수익률을 하향 조정한 게 티핑 포인트다.

월트 디즈니의 수익률 하향 조정 뉴스가 나오자 미디어 주가는 폭락을 거듭해 이틀 만에 주식시장에서 미디어 관련주 500억 달러(약 60조6천억 원)가 공중에서 사라졌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할리우드 스튜디오·케이블 TV와 애증관계를 유지해왔다.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스튜디오·케이블 TV로부터 영화와 드라마 등을 구입해 DVD 판매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공생 관계였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케이블 TV는 선반에 묵혀둔 옛날 영화와 TV 드라마를 넷플릭스에 넘기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으며, 넷플릭스는 콘텐츠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가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다량의 콘텐츠가 필요해 할리우드 스튜디오·케이블 TV의 수익은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초고속 인터넷 발전에 힘입어 월 9.99달러라는 낮은 가격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할리우드 스튜디오·케이블 TV와 긴장 관계가 싹텄다.

다나 왈든 폭스TV 그룹 공동회장은 "넷플릭스는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제작한 콘텐츠를 활용해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면서 "이것이 우리 업계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넷플릭스는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제 할리우드 스튜디오·케이블 TV와의 관계에서 더 이상 `을'의 입장이 아니다.

CBS 산하 케이블TV 채널인 CW 텔레비전은 2011년까지 적자가 났다가 이후 4년간 넷플릭스에 `제인 더 버진' `애로우' 등 드라마 판권을 넘기면서 흑자로 전환했다.

케이블 채널 AMC도 자체 제작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가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이후 인지도와 시청률이 급상승해 수혜를 입은 케이스다.

반면 폭스TV는 지난 15일 인기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재방영을 취소했다. 이미 시청자 상당수가 넷플릭스에서 이 드라마의 전편을 봤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워너브러더스와 월트 디즈니, 소니 픽처스 TV 등에 하청을 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는 이와 함께 자체 영화·드라마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정치 스릴러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1월 말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이라는 영화를 제작해 미국 30개 도시에서 개봉과 동시에 전 세계 50개국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다.

넷플릭스의 자체 콘텐츠 제작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속편인 `와호장룡: 그린 레전드'의 특별시사회는 다음 달 아이맥스 영화관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진행된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 7천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진출했다. 오는 2017년까지 200개 국가에 진출하겠다는 공격적인 진출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반면에 도전도 만만치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케이블TV가 넷플릭스에 대항에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맞서 할리우드 스튜디오·케이블TV가 대항마로 내세운 게 훌루다. 훌루는 디즈니-ABC 텔레비전 그룹(월트 디즈니 컴퍼니), 폭스TV(21세기 폭스), NBC유니버설 텔레비전 그룹(컴캐스트)의 합작 투자로 세워졌다.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100개사를 웃돈다. 생존을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할리우드 스튜디오·케이블 TV들은 `넷플릭스 공포증'이 침소봉대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앨런 버젤 NBC유니버설 리서치 사장은 최근 미디어 조사 자료를 인용해 "넷플릭스가 자체 드라마를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면 시청자들이 이를 몰아본다"면서 " 시청자들은 이후 다시 전통적인 TV시청 패턴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닐슨 미디어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하루 평균 시청시간이 약 28분인 반면, 지상파와 케이블TV 시청시간은 4시간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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