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대만인 주모(24·서울 마포구)씨의 말이다.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 쯔위의 '국기 사건'으로 주한 대만인들의 불만과 설움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 내에서 대만인으로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 국내 대학 수업 중 대만 국가 불인정 '충격'
서울의 A 대학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임모(36.대만)씨는 18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첫 시간에 자기 소개를 하는데 중국인들이 '대만은 국가가 아니다'라면서 큰 소리로 난리를 쳐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한국 내 외국인 학생들에게 대만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밤새 준비한 소개글은 어수선해진 분위기 탓에 무용지물이 됐다. 그 후에도 임씨는 한국어 수업 중 중국인들의 괄시와 딴지로 방해를 받았다고 한다.
B 대학에 유학을 온 주씨는 중국 유학생과 싸움 직전까지 간 경우다.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수업 중 중국 유학생이 '대만은 중국의 일부인데 왜 대만을 따로 발표하느냐'면서 강렬히 항의해 담당 교수가 중재에 나설 정도였다. 대만 유학생은 중국 유학생과 한 수업을 들을 때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피하는 실정.
C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장모(22.대만)씨는 "한 한기 지냈는데 일부러 중국인들과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문화 차이가 커 만나면 충돌할 수도 있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국에서 배우자를 만나 영주권을 받아도 순수 대만인으로 살아가기는 어렵다.
한국인 남편을 둔 왕모(38·수의사)씨는 외국인등록증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국적란에 '중국(대만)'으로 표기돼 있어 직장 생활에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왕씨는 "중국인 수의사에게는 반려견 진료를 못 맡기겠고 한 고객이 있었다"면서 "중국인이 아니라 대만 사람이라고 말해도 설득이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왕씨처럼 영주권을 가진 주한 대만인들이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국적 표기와 관련해 항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불가'였다. 한국은 1992년 중국과 수교를 맺고 대만과 단교한 뒤 현재까지 대만을 공식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해 11월 현재 2만7054명의 대만인이 살고 있다. 이는 강원도 양양군 인구수 2만7509명과 유사한 수준이다.
◇ 주한 대만인 "사과 할 일 아니었는데 사과해 화나"
이 같은 주한 대만인의 설움은 '쯔위 사건'을 계기로 폭발하는 모양새다.
왕씨는 "대만 사람이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사과를 해야 할 일인가"라며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10대 소녀에게 사과를 강요한 것에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장씨도 "쯔위는 사실 국기를 하나 들었을 뿐인데 중국과 한국회사에서 사과를 강요하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면서 "대만이 힘이 약해 그런 거 같아 자괴감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과 대만을 동일한 나라로 보는 인식이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주씨는 "중국사정도 이해하고 한국사정도 이해하지만 옳고 그름을 따지면 잘못된 것 같다"면서 "나는 대만인인데 한국인들이 '중국인이에요?' 라고 물을 때 기분이 나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임씨도 "남한 사람을 북한 사람 취급하면 싫어하지 않느냐"면서 "대만과 중국도 마찬가지고 국가로서 인정을 받고 싶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