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선거구 늘어나는 곳에 경쟁력 있는 인물을 영입하자"
험지출마론 이후 '굴러온 돌 對 박힌 돌' 대결로 자중지란 지적도
험지출마론에 따른 후보간 충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번에는 인구상한선 초과로 분구돼 신설되는 이른바 '증구(增區)'에 대한 전략공천론으로 새로운 대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박(新朴·신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 정책을 입안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물들을 최고위원들이 각자 나서 영입하자고 했다"면서 "좋은 인물들이 총선에 출마하면 20대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서울, 수도권에서 증구되는 곳을 중심으로 하면 된다"면서 "이들(영입인사)에 대해서는 새로운 당헌·당규에 따르면 100% 국민여론조사로 경선을 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친박(親朴·친박근혜)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에 동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하면 경선에서 당원을 배제함으로써 영입 인사에 대해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 전략공천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개인 생각"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전략공천을 없애는 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할 정도로 의지가 강력한 김 대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각이기도 한 측면이 있다.
김 대표는 오전 신년회견에서도 "굳이 정치에 생각 없는 사람을 설득해서 특정한 지역에 아무런 민주적 절차 없이 공천을 준다는 것은 비민주의 극치"라면서 "100% 상향식 공천제 확립은 정치개혁의 완결판이자 우리 정치사의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기본 정신이 인재를 영입해서 특정 지역에 꽂겠다는 것은 반대"라면서 "최고위에서 결론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실제 분구로 선거구 증가가 예상되는 지역에도 오래전부터 득표 활동을 했던 후보들이 있기 때문에 외부 인사 영입을 할 경우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7일 안대희 전 대법관이 서울 마포갑에 출마를 선언하자 강승규 전 의원이 나타나 순간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몇 시간 후 그 자리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종로 출마 회견에 '종로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박진 전 의원이 "대권 정거장으로 삼지 말라"며 직격탄을 날리며 대립했다.
바닥에서 터를 닦던 후보가 있는 지역에 중앙 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인 인물이 나타나면서 비롯된 이른바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의 대결이다.
그러나 이는 4·13 총선까지 터져 나올 '아군 간 총격전'의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게 당내의 우려다.
도전장을 내민 인물들은 암암리에 자신이 친박(친 박근혜)계를 지칭하는 '진실한 사람'임을 내비치고 있어 단순히 후보자간 갈등을 넘어 계파 대리전으로 비화, 당이 자중지란에 휩싸일 소지가 다분하다.
여기에는 당내 리더십의 부재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상향식 공천제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김 대표와 이에 맞서 전략공천을 요구한 친박계간 힘겨루기가 계속돼 공천룰 확정이 지연되면서 득표력을 갖춘 인사들이 여야간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지역에서 살신성인하기보다는 당선 유력지역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김 대표가 이른바 '험지출마론'을 들고 나왔지만 첫 걸음부터 스텝이 꼬이면서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서울시장에게 야권의 거물급이 있는 지역에 출마하라고 권유했지만 두 사람이 '정치적 모험'보다 '안정적 선택'으로 사실상 이를 거절하면서 일부에서는 김 대표의 체면만 구겼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애초부터 상향식 공천과 험지 출마는 '찬란한 슬픔'만큼이나 모순어법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평소 김 대표와 상향식 공천 등에서 같은 목소리를 냈던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험지출마론에 대해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라면서 "전략적 판단을 하려고 했던 것이지만 실패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