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올들어 2번째인 정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동개혁 입법 등의 지연을 이유로 거듭 국회를 향한 압박에 나섰다.
그는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와 커지고 있는 테러 위협을 극복하고자 경제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민생 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이 시작됐다고 한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나서겠느냐”며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까 국민들이 나서서 바로잡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들과 함께 서명운동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한 박 대통령은 실제로 업무보고를 뒤 신분당선 판교역 앞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 가두서명장에서 친필 서명했다. 서명운동은 대한상공회의소 등 38개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가 진행 중이다.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 여러분이 앞장서서 나서주시길 부탁드린다. 나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동참할 것”이라고 선언한지 5일 만에 박 대통령이 행동에 나섰다. 일부 노동개혁 법안의 처리 유보를 제시하는 등 수차례 국회를 회유·압박했음에도 법안처리에 진전이 없자 ‘국회 대 국민’의 구도를 세워 돌파구를 모색하는 셈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야당 대표라도 만나서 설득해야 한다”(정병국 의원)는 등 여당내에서조차 대화·타협 요구가 제기됐던 상황에서 청와대가 강경압박을 거듭한 점은 야당을 비롯한 국회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서명운동을 통한 민의 수렴이란 이번 방식은 이전의 다른 서명운동과의 형평성 논란 소지도 있다. 당장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당시 역사학자 등 학계 및 시민사회가 서명을 받아 ‘국정화 반대’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선택적 민의 반영’으로 지적될 수 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서명운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오죽하면’이라는 표현에서 대통령의 심정도 읽히지만, 국회와 국민을 맞세우는 방식이나 입법의 이해당사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